[프로 직장인 다이어리] “나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본 사람이야” 증권사 근무 2년차의 IPO 학습기

김설해 주임 2023. 1. 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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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대부분이 “주택청약”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청약은 아파트만 하는 게 아니다. 금융투자회사 근무 2년 차가 경험한 ‘공모주 청약’의 세계.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IPO’. Initial Public Offering(기업 공개, 공개 공모)의 약자로 비상장기업이 법적인 절차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주식을 새로 발행하거나, 기존 주식을 매출하여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회사가 상장하기 위해 기업의 중요정보를 '최초 공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 IPO는 청약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공모주는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주식’을 말한다. 기업 공개를 희망하는 모 기업의 신규 발행 주식이 '공모주’이고, 투자자들이 해당 공모주를 사겠다고 의사를 밝힌 후 주식을 배정받는 것을 '공모주 청약’이라고 한다. 주택청약 외에도 다양한 청약이 존재한다는 사실.

IPO 진행 절차는 매우 길고 복잡하다. 먼저 대표 주관회사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주관회사는 공모주 인수를 총괄하는 전문기관이다. 일반적으로 금융투자회사, 즉 증권회사를 의미하며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이기도 하다.

공모주 청약 따라 증권사 왔다

"주식 잘해?" 증권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꼭 한 번씩 묻는 말이다. "잘하면 일 안 하겠지?" 나의 대답도 한결같다. 본래 목표는 증권회사가 아닌 은행이었다. 3년 전, 취준생 시절 약 1년간 은행에서 아르바이트와 인턴으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경영학과 재학 시절에는 자금 관리 방법을 배우는 '재무 관리’와 투자의 이론 및 전략을 배우는 '투자론’에 가장 흥미를 느꼈다. 글로벌 SPA 브랜드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했던 터라 서비스업이란 직종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은행원’이 천직이라 여겼는데 증권사에 취업할 줄이야.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은행업계에서 '최종 합격’ 이 네 글자 보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조급해지는 마음에 시야를 조금씩 넓혔는데, 마침 당시 공모주 청약이 흥행하던 시기였다. 우연히 주식 계좌를 개설한 계기로 신규 상장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비교적 적은 리스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보통 공모주는 예상 시장가보다 10~30% 낮게 발행되는데, 이러한 가격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호기심이 곧 IPO 업무를 하는 상상으로 이어졌다. 아마 모든 취준생이 공감할 거다. 지원 업종과 직무 변경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산업 및 기업 분석과 자기소개서 모두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그럼에도 증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내가 회사를 설립할 줄이야

석 달 후 지금 회사에 첫 출근을 하게 됐다. 덕분에 몰랐던 나의 모습도 발견했다. 앉아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밖으로 나가 사람 만나는 것이 재미있다. 증권사와 주관 계약을 맺은 발행사에 실사를 나간다. 발행사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내부 자료를 검토해 상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계획이 틀어지는 걸 싫어하는 '통제형’ 성향인데,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각보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내 모습에 놀랐다.

그리 길지 않은 직장 생활이지만, 그중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SPAC이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다. 즉, 증권사에서 설립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이 소재가 재벌인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SPAC은 대표이사·사외이사·감사 등 임원을 구성하고, 정관작성·자본금납입·법인등기를 통해 설립된다. 처음 사업자등록증이 발급됐을 때 마냥 신기했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 것 같은 내 인생에 '회사 설립’이라니! 입사 5개월 차에 주주총회도 경험했다. 이전에 만들어진 SPAC이 다른 기업과의 합병 승인을 하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상법상 합병은 출석 주주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발행 주식 수 1/3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때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SPAC의 경우 합병 부결 위험이 있다. 실제 한 차례 주주총회 전일까지 의결권을 모으지 못해 수명이 단축될 뻔한 적이 있다.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이 안 돼서 주주총회 당일 오전까지 기관투자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위기를 면했다.

생소한 산업군에서 공부는 필수

IPO 업무에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공부’다. 그동안 IT, 장비, 이차전지 산업군의 여러 기업을 만났는데 생소한 산업군과 일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발행사를 만나보면 담당자 대부분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해당 산업에 종사해온 전문가들이다. 이러한 발행사를 대표해서 거래소로부터 상장 심사를 받고, 투자자들에게 기업 및 제품을 설명하는 게 IPO 업무다. 처음 보는 용어에 복잡한 생산 구조도 이해가 안 되지만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IPO 진행 의사를 밝혀오는 기업마다 재무 컨디션이나 고민은 상이하지만, 기업과 증권사가 만난 순간부터는 'IPO’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

"여러 방안 중에서 고민 끝에 선택한 답이 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 알고 나머지는 몰라서 틀린 거라면 능력이 없는 거다."

팀 부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가 만난 기업의 미래가치 발굴을 위해 여러 계산법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회사의 상장을 통해 오늘도 성장한다.

#증권사IPO #공모주청약 #여성동아


김설해
국내 금융투자회사 IPO 팀에 근무 중이다. 입사 2년 차 주임으로 IT, 장비 등 다양한 산업의 비상장회사 투자 검토 및 IPO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식 투자는 잘하지 못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김설해 푸르덴셜생명

김설해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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