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0년]② 新 하우스푸어 등장… 어려움 겪는 2030 ‘영끌족’

최온정 기자 2023. 1.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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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강동구에 7억1500만원짜리 아파트(전용 74㎡)를 분양받은 회사원 김모(36)씨는 2020년 입주 당시 집단대출 5억원(6개월 변동, 2%)을 받아 잔금을 치렀다. 김씨와 남편의 월수입은 700만원 수준이고, 매달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250만원이라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3년만에 대출이자가 6%대로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아이를 낳은 김씨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부부의 월수입은 560만원으로 줄었는데, 원리금은 360만원으로 급증한 것. 김씨는 “원리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세 식구가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출이자가 더 오르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2011년 조선일보에 김씨와 상황이 비슷한 박모(46)씨의 사례가 실렸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씨는 2008년 2억원을 대출받아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3년 동안은 이자만 내고, 그 뒤 5년 동안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조건이었다. 당시 박씨의 월수입은 600만원. 매달 110만원의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수입은 월 400만원으로 줄었는데, 이제는 이자 외에 원금도 갚아야 한다.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돈은 370만원. 집값은 3000만원이나 떨어졌는데 거래마저 끊겼다. 박씨는 “매달 은행 빚을 갚고 나면 생활비도 남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 10년 후 나타난 ‘新하우스푸어’… 이번엔 2030 ‘영끌족’이 주도

10여년 전 부동산 하락기에 문제가 됐던 ‘하우스푸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2030 ‘영끌족’ 사이에서 하우스푸어가 됐다는 한숨이 자주 나온다. 영끌족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모두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을 말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샀다는 의미다. 사내대출이 가능한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경우 사내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까지 모두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2030 영끌족은 부동산 상승장의 후반부를 불사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30대 이하 연령이 매입한 주택 수가 40대의 매매 건수를 넘어섰다.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한 연령대인 40대의 매매건수를 넘어선 것은 관련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서울에서는 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전까지 노원구는 40대, 도봉·강북구는 50대의 매수 비중이 가장 컸다. 그러나 2020년부터 세 지역 모두에서 30대 이하 매수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원구에서는 2021년 1월 30대 이하가 전체 매매 건수 782건의 절반에 달하는 376건(48.1%)를 차지하기도 했다.

10년 전 나타났던 ‘부동산 붐’과 비교하면 매수의 주축은 더 젊어졌다. 2000년대에는 30~50대가 주를 이뤘고, 기업들의 신규 채용 감소로 구직난에 시달렸던 20대의 경우 시장에 가담하지 못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4세의 자가 점유율은 1990년 8.4%에서 2010년 5.6%로 떨어졌고, 25~29세도 16%에서 14.5%로 떨어졌다.

그러나 2020년에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유지됐던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정책자금 투입으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유한 현금과 신용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20대가 증가한 것이다. 30대도 저금리를 기반으로 주택 매수에 동참하면서 2030 영끌족은 상승장의 주축을 담당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유 주택 수가 1채 이상 늘어난 20대 가구주는 총 12만82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3800명 증가했다. 30대의 경우 주택 증가자가 44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유 주택 수가 늘어난 40대(35만5000명→33만2100명)와 50대(31만9600명→ 29만8200명)가 각각 2만명 넘게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가 된 경우까지 포함해서 집계한 결과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상승기에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박탈감을 느낀 2030세대가 증가했고, 이런 사회현상으로 인해 2021년 상반기부터 젊은 세대의 주택 매입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금융위기 직후에는 특정 연령의 주택매입 비중이 평년과 달리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 2030 영끌족, 금융위기 전철 밟을까… “자금부담 커졌지만, 대출의 질 달라”

시장에서는 과거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던 30~50대의 전철을 밟는 2030 영끌족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저렴한 금리로 집을 매수했던 사람들이 이전보다 큰 이자부담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2021년 11월까지 1% 안팎으로 유지됐던 기준금리는 작년 11월 3.25%로 급등했다. 시중금리도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10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는 4.82%, 신용대출 금리(가중평균)는 7.22%를 기록했다. 2021년 1월의 경우 각각 2.63%, 3.46%였다. 1년 9개월만에 2%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이다. 2010년 6월 연 2%였던 기준금리가 1년만에 3.25%로 급등했던 금융위기 직후와 유사하다.

그래픽=이은현

10년 전에도 금리 인상은 하우스푸어를 대거 양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1년 하우스푸어는 108만4000가구에 달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거주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으며 ▲원리금 상환으로 생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실제로 가계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구를 집계한 결과다. 연령별로는 30~40대 하우스푸어가 많았는데, 30대는 20.1%, 40대는 13.5%가 하우스푸어였다. 전체 평균 10.1%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번 상승기의 주축이었던 2030 영끌족의 자금조달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이 금리상승이 가계대출 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을 차주별로 추정한 결과, 기준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청년층 과다차입자(대출금 5억원 이상 보유)의 연체율은 1.423%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 연체율 상승폭의 4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출의 질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와 달리 비거치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커지면서 급작스럽게 원금상환 부담에 직면하는 차주가 줄었고,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도입하면서 대출 증가를 막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 비거치 분할상환 방식의 비중은 2010년 6.4%에서 2013년 18.7%, 2016년 45.1% 등으로 지속 상승했다. 2018년 말에는 51.6%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섰다. 분할상환은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방식으로, 만기로 갈수록 잔금이 줄어든다.

작년 7월에는 DSR 규제 3단계가 본격화되면서 총 대출이 1억원이 넘는 차주의 경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도 2008년 0.6%보다 낮은 0.2%(2021년)를 기록했다. 대출 부담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을 여지가 줄었다는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화된 DSR, LTV 요건 때문에 집을 매수하기가 쉽지 않아 2030 영끌족도 1주택자가 많다. 당장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실거주하면서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뜻”이라면서 “2030 영끌족 보다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4050 다주택자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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