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의견이 다를지언정 존중하라” 펠로시의 마지막 조언
최초의 여성 당 대표, 최초의 여성 하원 의장. 현재까지 유일한 여성 의장.
최초라는 수식어를 갱신해온 미국 여성 정치인의 표상, 낸시 펠로시 의원이 의사봉을 마침내 내려놨습니다. 민주당을 이끌어온 지 20년 만입니다.
가정주부에서 유리천장을 깬 여성 정치인으로 전진해온 낸시 펠로시가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남성들만의 공간이었고, 지금도 남성들의 공간인 미 의사당 1층 교육위원회 방(텍사스풍의 마초 상징이 가득한)을 개방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낸시 펠로시의 어록을 정리해봅니다.
이곳은 누구라도 이기기 힘든 곳입니다.
그러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여성에게 있어선, 더욱 어려운 전장입니다.
■'경청될 목소리' 슬로건...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
1980년대 후반 가정주부였던 낸시 펠로시가 "경청될 목소리"(Voice that will be heard)라는 선거 슬로건을 들고 나섰을 때, 펠로시 스스로도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널리 울려퍼질 줄은 몰랐을 겁니다.
볼티모어 시장이자 하원의원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나 정치 감각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데다 ( 6살에 연방 의회장에 처음 들어갔었다고 회고합니다), 논쟁적 이슈 앞에서 밀리지 않고 냉철하게 밀어붙이는 싸움꾼으로서의 기질도 다분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야당이자 소수당으로서 부시에 맞서 상하원 선거를 승리를 이끌어내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이라크 전쟁에는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애국자법을 지지하는 정치적 감각을 드러냈죠.
2007년에는 미 의회 역사상 두번째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고, 최종적으로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 통과에 공헌했습니다. 당시 주미 일본 대사는 펠로시에게 직접적으로 미일 관계 악화를 경고했지만, 펠로시는 들은 체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까지도 펠로시는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타이완 문제와 홍콩 민주화 운동, 신장 인권 문제 등에 있어 중국과 각을 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왔습니다. 국제관계, 외교 관계에 있어 펠로시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행사할 줄 아는 정치인은 없다는 게 미 의회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제가 1987년 처음 의회에 왔을 때, 12명의 민주당 여성 의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90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많은 여성을 원합니다.
■'미친 낸시'(Crazy Nancy)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펠로시 전 의장에게 미친 낸시라는 별명을 지어 불렀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하원에서 두 번이나 그를 탄핵시켰고, 퇴임 직전까지 하원에서 1월 6일 미 의회 난입 사건 특별조사를 진행시키며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낸시 펠로시는 마지막까지 "내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트럼프 같은 생물(creature)은 다시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어선 안된다"고 못박았습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평가는 내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 관련이 없습니다.
의원님들께 말씀드립니다.
당신이 국회의원인지 아닌지 여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왜 여기 있나요? 당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하원의장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주는 메시지는,
정치는 만화경과 같습니다. 흔들고 나서 들여다 보면, 반대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그리고 다음날,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에 반대한다고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건 하나의 세력이 되어 버립니다. .. 하지만 누구의 힘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그들은 다음 투표에서 당신에게 힘을 보태줄 원천이 될 겁니다.
타협해야 합니다. 의원들이 서로를 존중할 때 역대급이 됩니다.
제 조언은 항상 자기 자신이 되라는 겁니다. 당신의 진정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에게 도움이 된 것은 제가 그들과 동의하지 않더라도 … 우리 의원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한 것입니다.
여든 두 살. 미국 내 최고령 정치인인 그녀는 오늘도 하이힐을 신습니다. 꼿꼿하게 서서, 존중과 경청이 답이라고 말합니다.
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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