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왔을 때 나가느냐 다음을 기약하느냐…'월드컵 별들' 해외진출 딜레마

안영준 기자 2023. 1. 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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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격수 조규성·오현규 등 유럽 이적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 있다. 2022.11.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바로 붙잡느냐. 아니면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며 여름 이적 시장을 기약하느냐. 해외진출을 노리는 '월드컵 별들'의 딜레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공격수 조규성(전북)과 오현규(수원)를 향한 해외 팀들의 관심이 뜨겁다.

조규성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 가나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 주가가 치솟았다. 오현규는 엔트리 외 선수로 깜빡 발탁돼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간접적으로나마 월드컵 경험을 쌓았다.

조규성은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부터 이적설이 나돌았고 최근에는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구체화된 현지 보도까지 나왔다. 일단 조규성 측은 "비아시아권 여러 팀에서 제안이 있는 건 맞고, 몇몇 제안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하지만 그중 튀르키예 팀은 없다"며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규성을 원하는 해외 팀들이 있는 건 분명한 상황에서, 이적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보통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면 그해 여름 대규모 선수 이동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사막의 나라' 카타르에서 개최,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렸다. 따라서 월드컵 직후 팀을 옮기려면 유럽의 겨울 이적 시장을 이용해야 한다.

계묘년 새해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축구선수 조규성이 타종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통상 한 시즌 전체의 판을 짜는 여름 이적시장과 달리, 꼭 필요한 부분만 손을 대는 겨울 이적시장은 선수 이동의 양과 질이 여름보다 떨어진다.

딜레마는 여기서 발생한다. 특히 유럽에 처음 도전장을 던지는 조규성과 오현규의 경우,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일 때 섣불리 이적했다간 새 환경과 리그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겨울 이적 시장이라는 이유로 선뜻 포기하기도 어렵다. 도전조차 해보지 않고 내려놓기엔 제안이 너무 달콤하다.

유럽 리그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는 지난 연말 조규성에게 "각 팀들이 판을 이미 다 짠 시즌 도중에 이적하는 것보다 새 판을 짜는 여름 이적시장을 노리는 게 더 유리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틱(스코틀랜드)이 노리는 오현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미 셀틱은 에이전트를 통해 오현규 소속팀 수원 측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셀틱은 후루하시 교고(일본)를 포함한 공격수들이 모두 펄펄 날고 있다. 이들의 입지가 이미 워낙 탄탄해,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현규가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아이슬란드의 경기 후반전에서 페널티박스 찬스를 놓치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딜레마 속에서 각 소속 팀과 선수들은 '동상이몽'이다.

소속 팀들은 아무래도 여름 이적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땅을 파서' 두 선수를 얻은 게 아닌 두 팀으로서는 월드컵을 통해 주가가 오른 선수들의 효과를 조금이나마 누려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최근까지 군 복무를 위해 김천 상무를 다녀왔다. 조규성은 이번 시즌, 오현규는 지난 시즌 각각 전역했다. 실질 계약 기간과 비교해 현 소속 팀에서 뛴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 현 스쿼드 상에서 두 선수 모두 대체 불가능한 입지라는 절박함도 있다. 계약기간도 조규성은 3년, 오현규는 4년으로 꽤 많이 남아 있다.

떠나겠다는 선수를 '쿨하게' 놔줄 수 없는 이유다.

스코틀랜드의 셀틱ⓒ AFP=뉴스1

반면 선수들 입장에선 이 기회를 놓치기가 쉽지만은 않다.

유럽 팀들이 K리그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이적 제안까지 하는 게 현실적으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아울러 여름 이적 시장까지 무작정 기다리기엔, 6개월 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변수가 있다. 월드컵 직후 한창 주목도가 높은 이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유럽에 진출하기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오현규는 "오래전부터 유럽 무대 진출을 꿈꿔왔다. 이적 제안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겨울 이적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소속 팀과 선수의 입장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지 확실한 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정의 시간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카타르 월드컵 참가를 위해 도하로 출국하고 있다. 벤투호는 오는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가나(28일 오후 10시), 포르투갈(12월3일 오전 0시)과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2022.11.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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