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독 “강백호 아닌 송태섭이 주인공인 이유는...”[인터뷰]
개봉을 하루 앞둔 3일,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26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그는 영화화 결심 계기부터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 작품에 녹인 메시지 등 다양한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서 연재된 원작 만화 ‘슬램덩크’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 강백호가 북산고교 농구부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 묘사와 농구에 청춘을 건 인물들의 모습이 뜨거운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를 영화화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시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다. 원작의 피날레였던 ‘산왕전’ 경기를 주요 골자로, (원작의 주연인) 강백호가 아닌 ‘No.1 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한다. 다음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과의 일문일답.
제작 오퍼는 10년 이상 전부터 받았다.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다만 짧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데도 계속해서 제안해 주신 제작진의 열의를 느끼고 있었다.
Q. 최종 수락한 건 언제인가? 이유는?
2014년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파일럿 영상의 ‘얼굴’이었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기술이나 영상의 퀄리티보다 열의나 영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 장면의 CG는 10명이 코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채택한 것이다.
Q. 제작에 OK를 낸 시점에 직접 각본까지 담당할 생각이었나?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OK’라고 대답한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일럿 필름을 보고 ‘여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슬램덩크’를 영화화한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게 작품에 도움이 되고 독자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가장 컸다.
Q. ‘관여한다’와 ‘감독을 한다’는 무게감이 다르지 않나?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달한 결과이지만, 영화 제작에 관해서 초보자인 내가 ‘감독을 하겠다’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만화가 활동으로부터의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만화전’(2009~2010년 일본 전역 순회하며 열린 이노우에 다케히코 전시회)을 진행할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관련해서는 초보자로 현장에 들어갔다. 아마추어인데도 중요 인물로 관여했던 수차례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이다. 구현 과정은?
마음속에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라는 이미지는 있어도 그 경험이나 지식은 없었다. 대강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것을 경험이 많은 스태프들이 ‘이런 느낌 아니냐’라고 해석하거나 전달해줬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여기가 골이다’라는 한 점을 향해 돌진한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라는 느낌으로 완성했다.
Q. 사실적인 농구 표현도 놀라운데...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의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다 농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그런 뉘앙스를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제작진들이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대 아직도 농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업에 질려 ‘이제 농구는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원작에 나왔던 경기 중간중간 혼잣말이나 코믹한 장면은 전부 사라졌다.
이것도 진행하며 느낀 것이지만, 원작의 세세한 개그는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만화라면 간단한 코믹 신을 막간에 넣거나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사이즈가 일정하여 구석구석에 개그를 넣어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화면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만화라면 칸 나누기 등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고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보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농구다움’을 우선시하는 결론을 내렸다.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Q. 성우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
성질(?質 목소리의 질감)이다. 만화를 그릴 때 목소리가 내 안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의 윤기, 높낮이, 좀 쉬어 있다든가 굵고 심지가 있다든가 그런 질감이 어렴풋이 있었다. 거기에 맞는 사람을 골랐다.
Q. 녹음을 할 때는 어떤 디렉션을 했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느낌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성우들에게 ‘이 캐릭터는 이런 놈입니다’라고 캐릭터 설명을 한 뒤, ‘가급적 평소 톤과 비슷하게 부탁드립니다’라고 디렉션 했다. 녹음을 진행하며 만화를 그릴 때 캐릭터의 목소리까지 들리지는 않지만, 말풍선에 글자를 넣으며 글자의 크기나 말풍선의 모양, 장소 등에서 목소리의 크고 작음이나 말하고 있는 동안의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그 속에 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었다. 그 점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Q. 녹음을 마치고 난 소감은?
감동했다. 성우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몸 하나로 와서 목소리만으로 승부하고 돌아가는 느낌이 검 하나로 싸우는 검사 같아서 멋있었다. 모든 분들이 ‘어떻게 이 녀석을 연기할까?’라고 고심해 주셨다. 녹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걸 들으며 정말 고맙다고 느꼈다.
Q. 이노우에 감독은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도전을 계속해왔다.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건 만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화 이외의 것들을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단 하나의 길이다. 전부 만화가로서 마주하고 있고, 모든 경험이 만화가로서의 나에게 돌아온다. 미술관 전시나 일러스트 일, 이번 영화도 나에게는 전부 ‘만화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을 깎아 다듬는 것이 결국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Q. ‘슬램덩크’ 팬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결국 뿌리는 다 같고, ‘슬램덩크’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는 4일 개봉한다. 3일 오전 9시 35분 기준, ‘아바타: 물의 길’의 뒤를 이어 실시간 예매율 2위를 기록 중이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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