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충격적 인상만이 에너지 과소비 막을 수 있다 [핫이슈]
정승일 한전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전기요금 충격 완화를 위해 여러 차례의 단계적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전기요금을 올리겠지만 큰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내년 이후 흑자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매진하겠다면서도 현실 여건이 녹녹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석유와 가스 등 연료 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야 한전의 재무 상태가 호전될 텐데 전망은 비관적이다. 각국의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채권 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한전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켜 한 숨을 돌린 것이 그 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한도를 늘린다고 재무 사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도 증산 움직임이 없다. 이제 에너지 위기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상시적 위험 요인이 됐다.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맞아 각국은 에너지 효율화와 전기 소비 절감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전기 과소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충격적일 만큼 큰 폭으로 이루어졌다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kWh당 13.1원 인상하는 것으로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전기요금은 여전히 싼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기요금 평균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1인당 전력소비량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비효율적인 전기 소비 행태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력소비 효율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의 50~70% 수준이다. 에너지 과소비는 무역수지 적자를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무역적자가 500억 달러에 육박한 것은 달러 값이 오른 이유도 있지만 급등한 에너지 가격 탓이 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기요금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유럽 각국처럼 전기요금을 충격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요금이 큰 부담으로 느껴져야 최종 소비자가 어떤 식으로든 전기 소비를 줄이게 된다. 캠페인만으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전기요금이 갑자기 올랐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과 바우처 등 보완정책을 병행하면 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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