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도 탐낸 토끼 간(肝)의 비밀은?

서애리 2023. 1.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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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용왕이 병에 걸렸는데 어떤 약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용왕 꿈에 나타난 세 명의 도사가 왕의 병은 '주색(酒色)'이 원인이라며 토끼의 생간(肝)을 먹어야 병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별주부전'의 내용이다. 여기에서 '토끼 간(肝)'은 용왕의 병을 낫게 하는 '명약'으로 언급된다. 2023년 계묘년 토끼의 해를 맞이하여 토끼고기의 영양 성분과 효능을 소개한다.

2023년 계묘년을 맞이하여 토끼고기의 효능을 알아본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건강한 식재료이자 보양식으로도 안성맞춤
토끼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번식력이 우수해 공급이 쉽고, 사냥과 사육도 어렵지 않아 동서양 막론하고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건강한 식재료로 토끼고기가 언급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식재료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산토끼를 사냥해서 먹기도 했지만, 이러한 풍습은 현대에 와서 사라졌고, 시중에 유통되는 토끼고기는 주로 가축화된 집토끼를 도축하여 먹는다.

토끼는 국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소, 돼지, 닭과 함께 가축의 범위에 속한다. 지육과 정육으로 2011년 기준 연간 20t 정도의 고기가 유통되고 있으며 도축 수 기준으로는 닭, 오리, 돼지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토끼는 좁은 공간에서 대량 번식이 가능하고, 조용히 기르는 데 안성맞춤이다. 또 고기 맛이 꽤 좋은 편이라 여기저기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단백질과 미네랄 함량이 뛰어나 보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토끼고기는 성질이 차고 평하며, 맛이 맵고 독이 없는 약재로 갈증을 치료하는 등 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토끼고기 영양 성분에 대해 한국 특수가축협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00g당 단백질 함량은 20.97g으로 고단백이었으며, 칼슘 14mg과 칼륨 366mg 등 미네랄 함량도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비타민 B12(코발라민)가 100g당 6.5ug 함유돼 식육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타민 B12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혈액 생성과 유전자 합성 등에 관여하며, 최근에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보고됐다. 또한 토끼고기 등심 부위는 건강에 이로운 다가불포화지방산 비율과 기억력 및 학습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렌산 비율이 높았다.


빈혈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등에 효능

전래동화 '별주부전'에서 용왕이 토끼의 간을 찾았을 정도로 토끼는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보양식으로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용왕이 탐내던 토끼의 간은 눈을 밝게 해주며, 피가 부족하여 생기는 어지럼증을 치료해줄 뿐 아니라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간질환, 영양 부족이나 기혈이 부족한 경우, 철분 결핍성 빈혈 등에 효과가 있으며, 수두를 앓는 어린이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사람이 먹으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관계 질환에도 좋은 효능을 나타낸다. 토끼고기 자체가 저염식으로 고혈압 및 당뇨, 동맥경화 등의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 고혈압 환자가 토끼고기를 먹으면 몸속에 혈전이 생기는 것이 억제되고 혈관 벽이 확실하게 보호된다.

토끼고기에는 우리 몸에 부족하기 쉬운 트립토판 성분은 풍부하지만, 콜레스테롤과 지방은 적게 함유되어 있어 체중 감량에도 좋다. 뇌 활동을 증진하는 콜린과 아라키돈산을 많이 함유해 성장기 청소년의 학습 능력 개선과 노인의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소화기 계통인 비를 건강하게 하고 당뇨병에 특히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며, 위에 열이 많아 생기는 구역질 증상을 없애주고, 장 출혈, 열기, 붓는 증상과 담석증에도 좋다.

더운 성질의 식재료와는 상극… 잘못 먹으면 설사 유발
찬 성질을 지닌 토끼고기는 다양한 식재료와의 배합이 중요하다. 자라, 대파, 구기자 등과 함께 먹으면 효능은 배가 되지만, 귤, 배추, 진피, 생강 등과 함께 먹으면 설사와 복통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토끼고기와 궁합이 좋은 음식 중 하나가 자라고기이다. 자라고기와 함께 먹으면 토끼고기의 아미노산과 자라의 지방산이 좋은 궁합을 나타낸다. 토끼고기와 대파를 배합하면 고지혈증을 낮추는 효과와 동시에 미용에도 좋다. 신장병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토끼고기와 구기자를 동시에 섭취하면 보음작용이 강해져 높은 효과를 자랑한다.

반면, 토끼고기와 귤을 함께 먹으면 위나 장을 자극해 설사를 일으키며, 배추를 배합하면 토끼의 많은 단백질과 배추의 비타민이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영양가를 줄이고, 설사와 구토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 토끼고기의 찬 성질과 생강의 더운 성질이 만나면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토끼고기와 진피를 동시에 먹으면 위나 장 기능이 좋지 않게 된다. 토끼고기를 잘못 먹거나 잘못된 배합으로 먹으면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토끼고기가 찬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위가 허약하거나 차면서 복통을 자주 일으키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또한, 집토끼가 아닌 야생 토끼를 잘 익혀 먹지 않았을 경우에는 '야토병'에 걸릴 수 있다. 야토병은 야토병균에 감염이 된 토끼에게 물리거나, 그 고기를 먹으면 감염된다.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사람과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야토병에 걸리면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추우면서 몸을 떨며, 설사와 근육통, 관절통, 마른기침, 쇠약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다른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계속 토끼고기만 먹을 경우에는 단백질 과잉 공급으로 단백질 중독에 걸릴 수 있다.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맛이 일품... 별미로 자리매김
토끼고기는 우리나라 최초 식이요법 서적인 '식료찬요'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음식이다. 버리는 부위가 거의 없는 토끼고기는 맛과 질감이 닭고기와 비슷하나 닭고기보다 단백질 비율이 더 높아 좀 더 단단하다. 지방질이 적은 편이라서 담백하고 기름기가 없어 퍽퍽한 것이 특징이며 부드러운 돼지고기 또는 도가니와 같은 식감을 자랑한다.

토끼고기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요리법은 토끼탕이다. 토끼고기에 각종 양념과 채소를 넣고 끓인 것으로, 겉보기에는 보통의 다른 탕들처럼 붉은 국물을 띄고 있다. 닭볶음탕과 비슷하지만,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초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지역에 따라 들깻가루,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을 넣어서 먹는 경우도 있다. 원래 토끼탕은 전국 농촌에서 즐겨 먹었는데, 특히 전라도식 토끼탕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토끼 구이, 토끼 전골 등 토끼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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