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매너가 비지니스를 만든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3. 1. 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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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후면 음력 설날이다. 명절 때마다 지방을 쓰고 차례를 지낸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방은 ‘현고학생부군 신위(顯考學生府君 神位)’이고, 어머니의 경우 ‘현비유인~~~씨(顯?孺人~~~ 氏 神位 )’이다. 여기서 아버지를 나타내는 글자는 고(考)이고, 어머니는 비(?)이다. 살아서는 아버지 부(父)이고 어머니 모(母)이지만, 돌아가시면 아버지는 고(考)이고, 어머니는 비(?)이다. 누가 이런 준칙을 정했을까?

그 기원은 약 2,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자(孔子)는 중국 상고 시대로부터 전해오던 예법을 모아서 모든 인간 관계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가르침에 기초하여 집대성된 것이 오경(五經) 중의 하나인 예기(禮記)이다. 거기에서 그런 준칙을 정했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며 설파한 핵심 사상은 인(仁)과 예(禮)이다. 인을 실천하는 방법이 극기복례(克己復禮)이다. 이는 나(己)를 스스로 절제하고 극복하여 예(禮)로 돌아가게 되면 천하가 인(仁)의 세상이 되어 가장 이상적인 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비례물시: 非禮勿視), 듣지도 말고(비례물청: 非禮勿聽), 말 하지도 말 것이며(비례물언: 非禮勿言), 행동 하지도 말라(비례물동: 非禮勿動)’는 실천강령이 나왔다.

예기(禮記)와 논어(論語)에서 말하는 예(禮)는 서양의 에티켓이나 매너와는 그 포용하는 범위에서 차원이 다르다. 동양 사상에서는 원시 혼돈의 카오스(Chaos)를 잘 정리하여 질서와 조화의 코스모스(Cosmos)로 만드는 것이 예(禮)라고 본다. 따라서 크게는 모든 법과 윤리규범의 근간이며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천리(天理)인 동시에, 작게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매너의 총체이다.

‘예의 범절’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에티켓(Etiquette)은 원래 ‘꼬리표, 출입증, 푯말’ 등에서 나왔다고 한다. 화장실이 없던 베르사이유 궁전에 귀족들이 출입할 때 정원에 방뇨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세운 출입금지 푯말, 또는 궁전 출입증과 의전 순위를 적은 티켓에서 기원한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지금은 사회생활에서 PTO, 즉 장소(Place), 시간(Time) 그리고 상황(Occasion)에 따라서 취해야 할 규범적 행동 양식을 말한다. 프랑스의 에티켓은 그렇게 시작했으므로 그 핵심 정신은 관용(똘레랑스;Tol?rance)이다.

에티켓이 ‘예의’에 중점을 둔다면 매너(Manners)는 범절에 가까우니 이는 에티켓을 실천하는 사람의 행동, 습관 또는 몸가짐을 말한다. 에티켓과 매너는 서로 다르다. 에티켓이 누구나 지켜야 할 객관적 형식의 규범이라면, 매너는 주관적으로 자신이 통제해야 할 행동 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화장실 문을 노크하는 것은 에티켓이고, 공손하게 안에 있는 사람이 놀라지 않게 하는 것은 매너이다. 에티켓은 ‘있고 없고’의 문제라면, 매너는 ‘좋고 나쁨’의 문제이다. 어떤 사람이 인사는 하되 정중하게 하지 않으면 ‘에티켓이 없다’고 말하지 않고 ‘매너가 나쁘다’라 말한다.

매너는 주관적 요소가 강하므로 결국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가짐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습관이 그 핵심이다. 즉, 매너는 배워서 몸의 습관으로 고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B. Pascal)이 말했듯이 습관은 타고난 천성을 파괴하는 제2의 천성이다. 한국 비지니스맨들이 외국에서 활동할 때 아예 없거나 어정쩡하게 행하는 매너가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이다. 한국에서 습관이 안된 탓이다.

한국 비지니스맨이 놓치기 쉬운 레이디 퍼스트 매너의 대표적 사례를 열거한다. 계단에 오를 때에는 남자가 먼저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여자 먼저 내려가게 배려해야 한다. 내려오는 계단이 위험하거나 급한 경우에는 남자가 먼저 내려올 수 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는 여성이 먼저이고 내려올 때는 남자가 먼저 타고, 먼저 내려서 여성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실내에 들어갈 때 남자가 문을 열어 주고 여성을 우측 상석으로 안내한다. 회의실에서 남자는 되도록 두 여자 사이 가운데에 앉지 말아야 한다. 보도를 걸을 때도 두 여성 사이에 끼어 걷지 말아야 한다. 한 여자와 이야기할 때 다른 여자에게 등을 보이기 때문이다. 보도에서는 남성이 차도 쪽에서 걷고 여성을 남성의 우측에서 걷도록 배려해야 한다.

식당에 들어 가서는 여성의 의자를 끌어내어 주어 편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어떤 엄마는 아들에게 자동차 문을 열어 주는 등 레이디 퍼스트 매너를 가르칠 때, “이는 상대방이 단순히 여자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배려심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매우 공감 가는 당당한 가르침이다.

레이디 퍼스트 매너 외에도 외국인과의 비지니스에서 품격 있는 매너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성공적인 소통을 위한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어떤 비지니스맨이 매너가 있다는 것은 곧 그가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매너는 상대방의 호감을 도출하기 위한 언어, 제스처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구사와 상대방과의 공감 주고 받기이다. 거기에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선택의 유연성을 주는 대화 기법까지 갖춘다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이고 매너의 완성이다. 비지니스에서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즉, 협상력의 불균형에 있는 경우에도 갑의 매너는 필요하다. 충분한 사전 양해와 선택의 유연성을 주는 말은 비록 매너리즘에 빠진 형식적인 것일지라도 갑이 해야 할 존중의 매너이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문화권의 의사소통에서 매너를 포함한 비언어적 요소가 메시지 전달 효과의 최소 7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미국 심리학 교수인 앨버트 메헤라비안(Albert Meherabian)의 연구이다. 그 연구에 의하면 메시지 효과의 7%는 말이나 글, 38%는 목소리의 크기나 높낮이 톤 그리고 55%는 표정, 눈빛 등 제스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즉, 언어와 글은 의사 전달 효과에서 7%만 차지하고 나머지 93%는 비언어적 효과라 하니 훌륭한 매너의 중요성을 가히 알 만하다.

이 93% 비언어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성공적인 비지니스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기술을 서양에서는 흔히 ‘SOFTEN”으로 압축 표시한다. SOFTEN은 미소로 호감을 표시하는 Smile, 너그러운 태도와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Open Posture, 몸을 뒤로 젖히면 거만한 인상을 주므로 약간 앞으로 기울인 Forward Lean, 부드러운 억양의 Tone, 관심과 집중의 표시인 Eye Contact 그리고 공감과 긍정의 표시로 가끔씩 목을 끄덕이는 Nod의 약자이다. 통상 미국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이지만 막상 비지니스 대화에서는 이 ‘SOFTEN 대화 기법’을 잘 구사하며, 의사 결정에서는 감정을 분리하는 철저함을 보인다.

동양에서 공자가 예를 강조하여 최고의 인간상을 세우려 했다면, 영국에서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14세기 주교(Bishop) William Wykeham이다. 그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s man)”를 자신의 모토로 삼았고, 자신이 세운 윈체스터 대학(Winchester College)의 교훈으로 삼았다. 이 말은 영화 킹스맨에 대사로 나와 다시 한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다.

국제 비지니스에서 품위 있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매너는 성공의 요소이다. 매너가 비지니스를 만든다. 그래서 배우고 습관화해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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