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칼럼] 사자를 맨손으로 잡던 영웅, 불멸을 얻으려 모험 떠나다

2023. 1.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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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82) 사자를 맨손으로 잡던 영웅, 불멸을 얻으려 모험 떠나다

길가메시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세계를 어떻게 그리는지 보여준다. 세상은 문명과 야만이 대립하고 있다. 우룩이라는 도시 국가를 둘러싼 곳은 사냥꾼과 유목민의 세계이자 괴물, 악마, 귀신, 환상적 동물의 세계다. 서쪽 끝에는 훔바바라는 괴물이 지키는 거대한 숲이 있고, 동쪽 끝에는 ‘전갈 인간’이 지키는 환상적이고도 황량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시간이 가면서 변방은 점차 더 먼 곳까지 확대되었다. 기원전 3000년대 중엽 판본에서는 동쪽 변경이 이란 산맥이었으나, 1000년 후 새 판본에서 세상의 끝은 이란의 산들을 지나고 큰 바다를 건넌 곳에 있다.
길가메시 이야기는 계속 변화·발전하면서 주변 지역으로 확산했다. 특히 함무라비 대왕 시대(기원전 1792~기원전 1750)에 문예부흥기를 맞아 아카드어로 여러 판본이 만들어졌는데, 이때 다양한 요소가 더해져 더 풍성한 내러티브로 발전했다. 기원전 2000년 대 중엽 ‘최종 완성본’이 형성되었다. 놀랍게도 이 판본을 완성한 저자가 알려져 있다. 고대의 셰익스피어라 할 만한 위대한 지식인 ‘신-레케-운닌니’가 에피소드 순서를 정해 줄거리를 잡고, 서론과 결론 부분을 더해 전체 틀을 만들었다. 2000년에 이르는 기간을 거쳐 서사시의 편집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내용이 더 풍성해지고, 보편적이고도 핵심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다. 이전에 길가메시 이야기는 단지 흥미진진한 모험담 정도였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서 인간의 숙명에 관한 성찰로 승화했다.
고대 이집트 문명과 달리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사후 영혼의 재판이라는 개념이 없다. 사후 세계에 들어가는 죽은 자는 선하게 살았느냐 악하게 살았느냐 하는 점보다는 죽을 때 성년에 달했는가, 결혼했는가, 어떤 상태로 죽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후 세계에서 빛나는 영생을 누리리라는 식의 희망 같은 것도 없다. 불멸은 단지 후세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업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학자들은 이 서사시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이행하는 성숙 이야기로 해석한다. 어린이의 불가능한 꿈을 버리는 대신 현명함을 얻음으로써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원숙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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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의 생로병사] 조상 물려준 유전자 받들어야 건강하다

적자생존(適者生存). 19세기 영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제시한 용어다. 환경에 적응하는 종(Species)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의 인류는 적자생존 한 조상의 후예다. 각자의 터전에서 20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내려온 유전자를 이어받아 살았다.
문제는 우리가 그 유전자와 반대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항생제와 지혈제가 없던 시절, 피가 나는 상처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상황이었다. 빨리 출혈이 멈추고 혈관이 닫힌 자들은 살아남았다. 그래서 그 후손인 우리는 대체로 피가 끈적끈적하고, 응고 시간이 짧다. 생존의 무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이유로 고(高)지혈증이 늘었다. 사람들 피가 너무 느끼해졌다. 이로 인해 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증, 뇌경색이 크게 늘었다.
먹을 게 적었던 기아의 시대를 수만 년 살아온 인류는 음식으로 섭취한 칼로리를 체내 에너지로 저장하는 유전자가 발달돼 있다. 그 상태서 식사량이 넘치니 에너지가 과잉 저장되어 너도나도 비만이 됐다. 타고난 인슐린 생산 용량을 초과하니, 당뇨병 팬데믹이 벌어졌다. 저녁에 해가 지면 빛의 자극이 없었다. 그런 낮과 밤 주기에 맞게 멜라토닌이 나와서 숙면에 이르게 했다. 요즘은 야간에도 빛 자극과 활동이 너무 많아, 수면 관련 호르몬 조절이 깨졌다. 불면은 과도한 인공 빛 질환이다.
인류는 총명한 삶을 살기 위해 뇌와 두개골을 키우며 진화했다. 맹수 공격을 빨리 알아차리고 사냥감을 잘 쫓기 위해 머리를 꼿꼿이 세웠다. 큰 머리를 똑바로 이고 살아 가야 하기 위해 경추(목뼈)는 C형 커브를 만들어 하중을 효율적으로 견뎠다. 요즘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아래로 박아, C형 커브가 무너졌다. 목디스크가 속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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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61) “모든 게 다 잘될 겁니다”

크리드는 성공한 작가로 살았지만 우울증을 떨치지는 못했다. 깊은 우울과 고독의 시기를 견디던 그에게 한 친구가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지나가듯 건넨 말이 실제로 힘이 됐다. 친구는 그저 예의상 던진 빈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관심이 절실했던 작가에게는 아무런 근거 없이 다 잘될 거라는 빈말조차 위로가 됐다. 크리드는 이처럼 그가 살아오며 받아온 위로와 안식을 수많은 타인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
크리드의 작품은 뉴욕시 한복판에, 쇠락해 입구만 남기고 철거된 영국의 옛 고아원 건물에,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의 최고급 갤러리 외벽에 설치됐다. 장소를 달리할 때마다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해맑은 글귀는 명랑한 인사가 되기도 하고 신랄한 조롱이 되기도 했다. 크라이스트처치 미술관에 작품이 불을 밝혔을 때도 도시 이곳저곳은 여전히 복구 공사 중이었다. 누가 봐도 잘될 리 없는 상황이었지만, 작가는 여전히 아주 작은 긍정의 효력을 믿는다. 말에는 힘이 없지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모든 게 다 잘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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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농민에게 脫農할 자유를 許하라

쌀값을 내리기도, 농민 스스로 생산을 줄이기도 어렵다면 원하는 농민의 탈농(脫農)을 촉진하는 방법이 남는데, 우리나라는 비농민의 농지 취득도 농지의 전용도 어렵기 때문에 고령농이 농지를 팔고 탈농하기가 어렵다. 기계화된 영농단에 맡길 수 있는 농사는 쌀 농사밖에 없으니 탈농을 못하면 쌀 농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자유를 제한했으니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할 수도 있겠다.
모든 농민이 같은 걸 원하지는 않는다. 쌀 농가는 이제 38% 이하이고, 그중에는 간절히 탈농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보다 33배, 일본보다 3.6배 비싼 농지를 팔고 싶은 농민이 왜 없겠는가? 농지를 팔기 쉽게 해 주면 탈농을 원하는 고령농은 뛸 듯이 좋아할 것이고, 쌀 과잉 문제는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며, 가용 토지 공급이 늘어나 투자 활성화와 집값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도 농민,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은 어느 농민, 어느 국민을 위하는 것인가?
식량 안보를 내세워 농민과 농지의 탈농을 막는 것은 시대착오다. 1961~2020년간 세계 인구는 30억8000만명에서 79억명으로 2.6배 증가했는데 쌀, 밀, 옥수수의 생산량은 각 2억~2억5000만t에서 쌀, 밀은 각 7억6000만t, 옥수수는 11억2000만t으로 각각 3.5배, 3배, 5.5배 증가했다. 대두는 1970년 4600만t에서 2010년 2억 5600만t으로 늘었다. 사료용 곡식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바이오 디젤 등에 곡물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곡물 가격은 폭락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곡물 증산의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맬서스의 주장은 기우에 그쳤다.
굳이 내 손으로 곡식을 생산하고 싶다면 땅값이 싼 나라에 가서 대규모 농업개발에 투자하라. 높은 쌀값은 농민을 희망고문 하고 쌀 산업을 확실하게 죽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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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년 화두 “소선거구제 폐지” 갈라진 나라 해법 될 수도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군소 정당 난립 우려가 제기되지만 여야 간 죽기 살기식 대결을 완화하고 사표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처럼 철저하게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현실에서는 도입의 득이 실보다 클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만 바꾸면 된다. 2·3·4·5공화국 때 중대선거구로 총선을 치른 경우가 많았지만 1988년 총선에서 소선거구제를 재도입해 당시 지역 기반이 뚜렷한 ‘1노3김’이 의석을 나눠 가졌고, 이후 지역 구도가 굳어진 측면이 있다.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법 개정 시한은 4월 10일이다. 국회의장은 2월 중순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회의에 부치겠다고 했다. 현역 의원, 그중에서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 입장이 관건이다.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개편하려면 지역구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지금 지역구에서 당선 안정권에 있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기초의원 선거 때 30개 지역구에서 중대선거구를 시범 실시한 결과 민주당은 이득을 보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여야 20여 명이 함께 발의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법안도 있다.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도 “소선거구제는 망국적 제도”라고 했다. 민주당도 논의에 동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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