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과 함께 커피 내리고, 직원이 신년사 쓰고, 덕담 릴레이…참여와 소통으로 문을 연 2023년

김형준 2023. 1.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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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재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열렸던 기업 신년회가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해 되살아나고 있다.

2, 3년 전까지는 경영진이 임직원에게 하달하는 '톱다운(Top Down)형'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모든 구성원들이 신년회 참여는 물론 힘을 모아 신년사를 만드는 '위키피디아형'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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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 대신 '위키피디아형' 신년회로 변신

#.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신년회는 어느 해보다 다채로웠다. 임원이 구성원들을 모아 놓고 신년사를 읊는 대신 직원 모두 함께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는 '바리스타 체험'은 물론 아로마 힐링, 덕담 릴레이 등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른바 '조이풀 엔솔'로 이름 붙여진 이날 행사에는 권영수 최고경영자(CEO)도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열렸던 기업 신년회가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해 되살아나고 있다. 2, 3년 전까지는 경영진이 임직원에게 하달하는 '톱다운(Top Down)형'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모든 구성원들이 신년회 참여는 물론 힘을 모아 신년사를 만드는 '위키피디아형'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다.


2022 최우수사원이 2023 신년사 발표

2022 최우수 사원으로 선정된 최재준 코오롱모빌리티 부장이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코오롱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코오롱 제공

실제 ①LG에너지솔루션의 '조이풀 엔솔' 사례 외에도 신년회 풍경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수평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삼성SDI는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중대형사업부 직원인 박보연 프로가 올해의 포부와 다짐을 발표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가 시무식에서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법인 증설 가속화, 미국 공장 건설 진행 등 굵직한 현안을 설명하자, 박 프로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직원들의 각오와 바람 등을 전한 것이다.

③코오롱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직원 참여 신년사를 올해도 진행했다. 지난해 최우수 사원으로 선발된 최재준 코오롱모빌리티 부장이 신년사 작성에 힘을 보탰고 직접 발표까지 한 것. 김 부장이 발표한 신년사 키워드는 '비자득기(備者得機)'로, 위기 극복의 열쇠는 철저한 준비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가 전해졌다. 코오롱그룹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환경을 대위협의 시대로 정의하고 코오롱만의 성장 법칙으로 위기 너머의 기회를 향해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④동국제강은 경영진이 직접 구성원들을 일일이 찾아갔다고 한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대규모 집합 행사 대신, 각 팀 단위로 모여 새해 목표를 공유하는 대화 형식의 시무식을 가졌다. 장 부회장은 "임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며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구성원 대표만 모으거나, 임직원 강당으로 모이거나

구자은(가운데) LS그룹 회장을 비롯한 LS 임직원 대표들이 2일 경기 안양시 LS타워 대강당에서 비전 2030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⑤KT는 정보통신(IC) 기업답게 시무식 참석 인원을 최소화한 채 온라인 시무식으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시무식 메시지에서는 세대 간, 직원 간 화합에 방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년 퇴직을 앞둔 직원과 신입 사원이 함께 참여하는 등 23명이 시무식에 참석했다. 직원들이 직접 그려온 '디지코(DIGICO) KT' 그림을 구현모 KT 대표와 최장복 노조위원장, 직원 대표가 마지막으로 완성하며 "전체 임직원이 원팀(One team)이 되자"고 선언했다.

⑥현대백화점그룹도 '손 안의 시무식'을 펼쳤다. 기존 백화점 내 문화홀 등에서 진행하던 오프라인 시무식 방식을 접고, 전 계열사 임직원 1만5,000여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그룹웨어 등을 통해 '온라인 시무식'을 진행한 것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최적의 가치를 발굴하자"고 주문했다.

오프라인 시무식을 성대하게 연 기업도 있다. LS그룹은 안양 LS타워 대강당에 임직원 300여 명이 모여 '신년하례 및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손잡이 경영'과 민첩성을 뜻하는 '애자일(Agile) 경영'을 언급하면서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현 사업을 단단하게 수성하고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래 CFE(Carbon Free Electricity) 사업 영역을 탐험하고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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