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에 육박하는 무당층…‘각자도생’에 내몰리는 국민

김종일 기자 2023. 1. 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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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無黨)층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대선 이후 상당수 국민이 기성 정치에서 등을 돌리고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정반대로 강성·골수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편협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국민들은 양당 지지율에 맞먹는 무당층 비율로 정치권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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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싫지만 ‘제3의 대안’ 없어…‘정치 냉소’ 커져
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 없으면 내 삶은 후순위로 밀려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무당(無黨)층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는 무당층은 현재 30%에 육박한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성향을 보인다. 이념적 색채를 띠기보다는 사안별로 실용적 판단을 내린다는 특징도 갖는다. 이에 그들은 선거에서 한 정당만 선택하지 않는 이른바 '스윙보터'(특정 진영에 표를 몰아주지 않고 그때그때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유권자 집단)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추세다. 대선 이후 무당층은 빠르게 늘어났고, 특히 미래세대라고 할 수 있는 18~29세 무당층 비율이 급등했다. 무당층이 늘어났다는 통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선 이후 상당수 국민이 기성 정치에서 등을 돌리고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쟁으로 얼룩진 정치권의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정치는 이제 불신을 넘어 좌절과 포기, 혐오의 대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도덕성과 실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김세중

2022년 한국 정치에서 협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정반대로 강성·골수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편협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를 인정하기보다는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여기는 태도가 우후죽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대화와 타협, 설득과 공감 대신 대결과 적대의 언어가 정치권에 휘몰아쳤다. 갈등 해결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뒤로하고, 정치가 해결해야 할 사안을 사법부에 계속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도 심화됐다. 진영논리와 적대정치가 판을 치니 국민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갈등선이 점점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모두에 실망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제3의 길을 지향하는, 중도세력의 요구를 담아낼 그릇은 현재 한국 정치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의 지금 선거 제도는 양자택일을 선거 때마다 강요한다. 선거 때마다 거대 양당은 정치개혁을 부르짖지만 선거 이후에는 항상 용두사미처럼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말은, 기댈 정치세력이 없다는 말은 그 사람이 지금 '각자도생'에 내몰려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나를 대신해 나를 위해 복잡한 세금과 정책, 입법 문제를 나에게 유리하게 목소리 내줄 정치인이 없다는 것은 지금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 독립운동의 슬로건인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말처럼 근대 의회와 민주주의는 그 근간에 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있었다. 

새해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또다시 설익은 약속을 내놓을 테지만, 그 약속을 지키게끔 하는 일은 국민의 몫이다. 이미 국민들은 양당 지지율에 맞먹는 무당층 비율로 정치권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민들은 끊임없이 말하고 요구하고 있다. 무당층은 유령이 아니라고. 나를 대표하는 정치를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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