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대본에 갇힐 필요 없다’는 남편 조언, 연기가 편해졌다”

서정민 2023. 1.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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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스위치’ 4일 개봉
영화 <스위치>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이민정.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력해도 안 될 일은 안 되더라”고 했다. “생사를 걸고 열심히 해도 작품이 잘 안되면 상처가 됐다”고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민정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지는 몰랐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배우 아니었나?

‘10여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한 말이었다. 그는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스위치>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출연은 2012년 1월 개봉작 <원더풀 라디오> 이후 꼭 11년 만이다. “그동안 영화를 하려다가도 흐지부지된 적이 많았어요. 인연이 아닌 거죠. 그런데 이 영화는 물 흐르듯 일사천리로 진행됐거든요. 저와 인연이 있나 봐요.”

영화 <스위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위치>는 안하무인 톱스타 배우 박강(권상우)과 그의 친구이자 매니저 조윤(오정세)의 삶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흔한 설정이지만, 새해 벽두부터 따스한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힘이 있다. 여기엔 박강과 10년 전 헤어진 첫사랑으로, 바뀐 삶에서 박강의 아내가 된 수현(이민정)과, 둘 사이에 생긴 쌍둥이 남매(김준·박소이)의 알콩달콩한 생활 연기가 한몫한다.

“촬영 때 이전처럼 치열함은 덜한 대신 재밌게 놀고 온 느낌이었어요. 상우 오빠와 아이들하고 실제 재밌게 놀고 밥도 맛있게 먹고 실생활처럼 한 게 나중에 화면 보니 다 나오더라고요. 아들로 나온 준이에게 팔베개를 해주면 진짜로 잠들기도 했거든요.”

영화 <스위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년생 아역배우 김준은 이민정의 실제 아들(이준후)보다 한살 많다. 또래여서 이민정은 집에서 아들 키우듯 김준과 연기했다고 했다. “촬영장에서 준후와 영상통화를 하면 첨엔 준후가 ‘왜 나랑 안 놀아주고 다른 남자애(김준)랑 있냐’며 질투했어요. 그런데 아이들끼리 통화하게 하니 준후가 ‘준이 형’ 하며 잘 따르더라고요.”

늘 꽃길만 걸어온 것 같지만, 그는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보내야 했다. 연출 공부를 하려고 2001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들어간 그는 학점을 따려면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해서 의도치 않게 연기를 하게 됐다.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고 같이 웃고 하는 게 신기하고 매력적이었어요. 이후론 학교에서 공연을 하면 알아서 연기자로 들어갔죠.” 몇년 뒤 연극 무대에 섰고, 영화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스위치>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이민정.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발에 동상 걸리면서까지 촬영했는데, 영화엔 거의 편집돼 안 나온 적도 있어요. 무명 생활 3~4년 하니 아빠가 ‘이젠 그만해라’ 하셔서 ‘30살 돼도 잘 안되면 그만할게요’ 했거든요. 그런데 28살에 출연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뜨면서 그제야 사람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죠.”

2010년 개봉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여러 신인상도 탔고, 드라마에서도 맹활약했다. 2013년 배우 이병헌과의 결혼은 스포트라이트의 절정이었다. 이후 2015년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일과는 멀어졌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남 얘기가 아니었다.

아들이 어느 정도 큰 뒤 다시 연기를 시작할 즈음, 남편 이병헌이 문득 연기 얘기를 꺼냈다. “그 전에는 한번도 연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배우가 대본에 너무 갇힐 필요는 없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보수적이라 대본에 최대한 충실해야 한다는 편이었거든요. 오빠가 ‘배우가 연기할 때 불편하면 다 티 난다. 대본 지문이 어색하면 배우가 다른 걸로 바꿔 쓸 수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 대로 주말극 <한번 다녀왔습니다>(2020·KBS2)와 영화 <스위치>에서 연기하니 더 편안했어요. 참 고마운 조언이었죠.”

영화 <스위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내의 연기에 도움을 준 이병헌은 <스위치>에도 이름으로나마 출연해 힘을 보탰다. 매니저가 된 박강이 톱스타 배우 조윤에게 대본을 내밀며 “이병헌이 깐 영화래. 할래?” 하자 조윤이 “요새 이병헌 싸잖아” 하는 장면에서다. “‘이병헌 싸잖아’는 정세 오빠 애드리브였거든요. 그런데 하고 나서 저보고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으니 네가 물어봐줘’ 하는 거예요. 오빠에게 물어보니 ‘웃기는 거면 괜찮지. 근데 안 웃기면 기분 나쁠 거 같아’ 하더라고요. 나중에 시사회에서 이 장면 보고 다들 빵 터졌다고 전하니 오빠가 좋아했어요. 영화를 실제로 보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웃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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