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이태원 상인의 새해 소망
“새해 소망이요? 없습니다. 버티고 기다릴 뿐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은 인적이 드물다 못해 썰렁했다.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곳이다. 이태원에서 포차를 운영하다 휴업한 정효봉씨가 동파를 확인하기 위해 가게를 방문했다.
지난 2020년 이태원은 다수의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2차 대유행의 도화선이 됐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고 영업시간제한으로 직격탄을 맞은 정 씨는 결국 이태원점 포차를 폐업했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작년 5월 다시 이태원점을 열며 재기를 기대했지만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이후 3일 간 자체 휴업을 갖고 10일 동안 운영했지만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인근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곳에 지점을 운영하는 업장은 버틸 수 있었지만 가게가 이태원점 한 곳인 업장은 수백, 수천만 원의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지점을 4개에서 2개로 줄인 정씨의 이태원점은 다른 지점 매출에 기댄 채 기약 없는 휴업에 들어갔다.
정효봉씨는 “이태원 상인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하지만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특정 세력들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태원이라는 장소에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힌 상황에서 새해에도 분위기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태원을 떠나고 싶지 않아 어렵지만 버티고 있습니다. 부디 이태원이 아픔을 딛고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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