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브리핑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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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시는 '자족'를 꿈꾼다.
도시의 자족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공간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브리핑룸'도 그 중 하나라고 여긴다.
용산 대통령실과 각 정부 부처, 국회는 물론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많은 곳이 브리핑룸을 운영한다.
아산시가 의회동을 신축해 청사 공간난을 덜면 도시 규모에 걸 맞는 소통 공간으로 브리핑룸을 상설 설치해 개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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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시는 '자족'를 꿈꾼다. 자족을 위해선 도시마다 공연장이 있어야 하고, 복지관이 있어야 하고, 학교가 있어야 하고, 병원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일상을 간소화해도, 자족이 아닌 생존으로 축약해도 도시의 반경과 상관없이 절대 필요한 곳들이 있다. 이른바 '필수공간'이다. 살기 좋은 도시는 그러한 필수공간이 기본으로 확보된 지역일 터. 일단 필수공간의 수요를 충족하고 나면 규모나 치장의 경쟁이 벌어진다. 다른 도시보다 조금 더 크고, 멋진 공간을 조성하느라 막대한 예산 투입도 서슴지 않는다. 가끔은 공간 조성의 원래 방향은 상실한 채 외형만 남는 경우도 있다. 도시마다 으리으리한 예술의전당을 앞다퉈 짓는다고 해서 그곳의 지역예술 진흥이 동반되는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자족에는 민주주의도 포함한다. 도시의 자족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공간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브리핑룸'도 그 중 하나라고 여긴다. 브리핑룸의 사전상 의미는 "기자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브리핑을 하는 방"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각 정부 부처, 국회는 물론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많은 곳이 브리핑룸을 운영한다. 브리핑룸이 민주주의의 필수공간이라는 주장에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을 것이다. 브리핑룸이 민주주의는커녕, 특권과 폐쇄의 공간으로 점철됐다는 비판이다. 일리가 있는 진단이다. 하지만 브리핑룸의 역기능 근절 방안으로 브리핑룸 해체나 미설치가 최선일까?
충남 아산시는 민선 7기와 민선 8기 수장이 바뀌었다. 민선 7기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민선 8기 시장은 국민의힘. 시장의 당적과 철학이 변화하며 시정 방향이나 시책도 상당부분 수정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브리핑룸의 '부재'이다. 아산시가 의회동을 신축해 청사 공간난을 덜면 도시 규모에 걸 맞는 소통 공간으로 브리핑룸을 상설 설치해 개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의회동 완공으로 아산시 본청 사무실이 재배치됐지만 상설 개방되는 브리핑룸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정부의 브리핑룸은 단순히 기자들의 취재편의 장소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막대한 권한을 행세하는 기울어진 민주주의 운동장에서 그나마 다양한 주체들이 메시지를 발신하고 호소할 수 있는 참여자치의 중요한 보루이다. 지방정부 입맛에 따라 문 여는 브리핑룸. 기자 없는, 질문 없는 브리핑과 발표로 도시의 민주주의가 꽃 필 수 있을까. 하기야 이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도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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