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창작의 고통, 표절의 희열

임전배 전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2023. 1.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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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학벌이 있어야 어깨에 힘주고 행세할 수 있고, 실체 이상의 실력이 있으리라는 환상과 막연한 환상을 품게 만드는 대한(학벌)민국.

그들은 무슨 이유로 손쉬운 표절의 유혹을 외면하고 지난(支難)한 창작의 고통을 택했을까.

'창작의 고통' 대신 '표절의 희열'을 맛보려는 뮤지션은 이미 예술가가 아니다.

국민참여 재판과 같이 표절 없는 순수한 음악 전문인이 직접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두어 모든 음악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최소한의 필터링 절차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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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배

내로라하는 학벌이 있어야 어깨에 힘주고 행세할 수 있고, 실체 이상의 실력이 있으리라는 환상과 막연한 환상을 품게 만드는 대한(학벌)민국. 법조계·정계·재계는 물론 특수성으로 인해 대중적 예능계는 학벌 권력자가 서식하고 군림하기에 매우 만만한 판이다.

예능계에서 횡횡하는 특정 대학 출신에 대한 무모한 동경, 능력보다 배경에 껌뻑 죽는 대중음악 소비자의 어리석은 과잉 관용은 척결되어야 한다.

입술에 침은 바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타인의 곡을 레퍼런스 했을 뿐인데", " 평소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등등 본심을 들키는 순간 슬그머니 오락으로 포장하는 그들의 구차한 변명과 옹색한 발언이 가련하다. 바꾸어 표현하면 원곡을 제법 달라 보이도록 윤색하려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는 가상한 노력에 도리어 씁쓸한 설득력이 한층 더 와 닿는다. 반면, 김광석이나 장기하, 김창완, 송창식은 그런 류가 아니었어도 진정 특별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오래 사랑받는 창작품을 만들어 오지 않았는가. 그들은 무슨 이유로 손쉬운 표절의 유혹을 외면하고 지난(支難)한 창작의 고통을 택했을까. 아마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인생의 자존감의 차이 아니겠는가.

기존 남의 지식 영역에 속한 능력을 나의 유익을 위해 가공 변형하면 그것이 바로 지식표절이다. 초기 케이-팝 분야에 멍석을 깔았던 기획사 대표와 작곡 편곡자 중 일부는 영감을 얻었다는 핑계로 전반적 구성과 멜로디 리듬을 흐름에 그대로 갖다 쓰거나 슬쩍 비틀어 사용해왔다. 이는 결코 순수한 창작이 아니다. 원곡의 레퍼런스(reference/참고)는 순결한 참고자료를 욕 먹이는 부정한 언어이자 오마주(hommage/찬사)라는 추앙은 원곡자 이름을 모독하는 치사한 궤변에 불과하다.

얼마나 창의력이 부재하거나 아이디어가 궁색하면 피처링(featuring), 클리세(cliche), 샘플링(sampling)이라는 형태의 손쉬운 베끼기와 차용에 익숙하고 능통해졌다는 말인가. '창작의 고통' 대신 '표절의 희열'을 맛보려는 뮤지션은 이미 예술가가 아니다. 다만 숙련된 음악기술자요 예술을 빙자한 저급한 장사치다. 원본에 교묘한 장치를 걸거나 본질을 변형시켰어도 아직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았다고 자백해야 옳다. 마치 정교하게 구성된 최정상 메뉴판의 순서와 재료를 슬쩍 바꾸고 조작하여 내가 개발한 메뉴처럼 보이게 하여 사죄한다 고백하면 된다.

몇몇은 모두에게 그 어려운 창작을 어떻게 그리도 쉽게 제조하는 것인지. 창작곡이 3분 카레는 아니지 않은가. 예술이나 지식 또는 기술을 표절하는 자와 타짜의 목표는 공교롭게 일치한다. 방법이야 어떻든 금전적 수익만 추구한다. 화투를 소재로 타인에게 대작(代作)시켰던 어느 노래하는 이의 사례도 국민적 판단 앞에서는 온전히 용서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가는 진정한 예술가의 창작품 가치를 인정하고 창작자의 노후를 위해 소비자의 음원 사용에 비례하여 음악 저작권료가 지불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러나 표절은 친고죄여야 소송이 진행된다. 이것이 문제다. 문화예술 분야 여러 소송의 법적 판단은 국민 정서와 사뭇 다르게 판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과적으로 잠시 창피하거나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면서 바람을 피한다. 따라서 표절이나 베끼기를 아예 꿈꿀 수 없도록 도적적 해이를 예방해야 세상이 맑아진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저작권 정지 및 저작권료 반환과 승계 금지까지도 필요하다. 국민참여 재판과 같이 표절 없는 순수한 음악 전문인이 직접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두어 모든 음악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최소한의 필터링 절차가 절실히 요구된다. 임전배 전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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