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위기' 외친 유통 총수들…메시지 뜯어보니

한전진 2023. 1. 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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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커진 경제, 유통 총수들 '위기' 강조
변화와 혁신, 기본기 강화해 ‘기회’ 창출할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영구적 위기의 시대, 혁신하고 도전하면 새로운 출발점',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격변의 시기, 우리만의 성장의 길 찾아야'

유통가 총수들이 2023년 신년사에서 일제히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에 따른 소비 침체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각 총수 들은 이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자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도 '혁신'을 외쳤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기본'을 강조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당부했다.

"기존 틀 깨부숴야"

신 회장은 2023년 새해를 '영구적 위기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면서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시대의 도래는 우리가 당연하게 해왔던 일과 해묵은 습관을 되돌아 보게 한다"고 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롯데건설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 등 대내외적 변수에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 회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롯데는 '쇄신'을 이어오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병하며 효율성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온라인 역량을 강화 중이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신사업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낡은 롯데로는 더 이상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다. 

신 회장은 "이제껏 기존 사업 영역에서 고군분투한 것 이상으로 앞으로 철저하게 리스크를 대비하고,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 회장은 "우리는 메디컬, 바이오 등 모빌리티, 수소와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도전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정 부회장 역시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라는 단어만 18번 사용했다. 다만 세부 메시지는 롯데와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는 유통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시대에 고객과의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세계의 연말행사 쓱데이의 모습 / 사진=신세계

특히 정 부회장은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올해 신년사에도 언급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기본'의 핵심은 '고객'과 '상품'임을 잘 알고 있다.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할 때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레이더 같은 역할"이라며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메시지에는 본업인 유통 사업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정 부회장은 "백화점은 높은 수준의 안목과 가치를 담은 브랜드로, 이마트는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선사해야 하며, 조선호텔은 품격 있는 서비스를, 스타필드는 끊임없는 즐길 거리를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신세계 브랜드를 경험하는 통합 생태계다. 예를 들어 신세계 백화점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옷을 사고, SSG랜더스의 야구 경기를 즐기며 SSG닷컴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식이다. 신세계의 미래 투자도 이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맞춰져 있다. 스타필드와 야구장을 결합한 인천 ‘청라 돔구장’ 사업이 대표적이다. 

'격변의 시대'…'데이터 중심'

현대백화점그룹과 GS리테일도 각자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임직원에 강조한 것은 '나만의 길'이다. 정 회장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위기 극복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비전 203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더 큰 도약 준비하겠다고 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2021년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오는 2030년 매출 4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유통과 패선,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맞춤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했다. 정지선 회장은 이를 위해 3대 실천가치로 △기본 가치‧목적 충실 △리프레이밍 통한 가치 발굴 △내외부 파트너십 강화 등 3대 실천가치 제시했다.

허 부회장은 '디지털 사업 성과 극대화'를 강조했다. GS리테일은 그동안 슈퍼, 편의점 등 각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 왔다. 메쉬코리아, 요기요 등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도 진행했다. 이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재무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허 부회장은 "디지털사업의 목적은 '독자적인 성장' 추구’보다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라며 "고객과의 관계를 한층 강화해 성과를 가시화하자"고 주문했다. 

데이터 역량 향상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강조했다. 허 부회장은 "'관주위보'(貫珠爲寶: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가진 온·오프라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의 최접점에 있는 현업과 우리의 디지털 전문가들이 밀착하여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고,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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