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메시지 담은 '다크 송혜교' 복수극…드라마 '더 글로리'

강애란 2023. 1. 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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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소재…포브스 드라마 리뷰서 "송혜교 K-복수극 이끌어" 호평
가해자와 피해자 연대의 대조되는 행태 눈길…장르물 긴장감은 떨어져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분노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한 송혜교가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멜로 퀸' 송혜교가 사랑스러운 모습을 싹 걷어낸 채 열연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행하는 사적 복수를 그린다.

인기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개성 강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냈다면 '더 글로리'에서는 주인공인 학교폭력 피해자의 얼굴에 온갖 감정을 가둔다.

송혜교는 성인이 된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아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담담하게 내레이션으로 전한다.

그가 "연진아"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오래된 친구를 부르듯 다정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그 단호함에는 그간 문동은이 홀로 견뎌온 아픔과 슬픔이 절절하게 배어있다.

'더 글로리'는 파트1·2로 나뉜 16부작으로, 지난 30일 공개된 파트1(1∼8회)에는 학창 시절 문동은이 당한 가혹한 폭력과 성인이 된 문동은이 부와 권력을 갖춘 가해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차곡차곡 복수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담겼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복수극이지만 가해자들 앞에 펼쳐지는 비극들로 쾌감을 끌어내기 보다는 오랜 시간 사력을 다해 복수를 준비해 온 피해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학교폭력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 끝에 대학에 합격한 문동은에게 새로운 인생은 펼쳐지지 않는다. 과외를 뛰며 돈을 모으고, 독하게 공부해 임용고시에 붙는다. 바둑도 배우고, 몇몇 사람들과는 친해지기도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극 중 문동은이 "연진아, 내 소원이 뭐였는 줄 아니? 나도 언젠가는 너의 이름을 잊고 너의 얼굴을 잊고 어디선가 널 다시 만났을 때 누구더라? 제발, 너를 기억조차 못 하길"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삶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동은을 괴롭힌 이들은 박연진 한 명이 아니다. 박연진 만큼이나 뒷배가 있는 전재준(박성훈), 이사라(김히어라), 이들 사이에 끼어 심부름꾼 노릇을 하던 최혜정(차주영), 손명오(김건우)와 이들의 폭력을 두둔하는 담임 선생님, 돈을 받고 합의해 준 문동은의 엄마. 모두가 가해자들이다.

문동은의 복수에 힘을 실어주는 가해자들의 잔혹함은 1화에 담겼다. 고데기로 몸을 지지고, 목을 조르고, 강제로 입을 맞추고 춤을 추게 하는 박연진 무리의 폭력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동은의 복수는 가해자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괴롭힘의 대상을 구심점으로 뭉쳤던 무리는 쉽게 와해하며 서로의 치부를 드러낸다. 전재준은 손명오를, 박연진과 이사라는 최혜정을 업신여기며 인성의 밑바닥을 드러낸다. 서로에 대한 욕망을 지닌 전재준과 박연진 역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한다.

반면 혼자였던 문동은에게는 '내 편'이 생긴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남편을 죽여달라며 문동은과 계약을 맺은 강현남(염혜란)은 그래도 밥은 챙겨 먹으라며 구운 계란이나 김치를 건네고, 살해된 부친에 엮인 사연이 있어 보이는 주여정(이도현)은 문동은에 대한 한결같은 연정을 보여준다.

가해자들과 대조되는 피해자들의 연대는 공고하며, 이들이 파트2에서 문동은의 복수에 어떤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문동은과 강현남은 극에서 보이듯 "도와 달라"는 외침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과 악의 대립으로 끌고 가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주지만, 송혜교의 절제된 연기가 극에 미묘함을 더해 흥미를 높인다. 무거운 분위기로 극을 이끄는 '다크' 송혜교의 탄생이다.

포브스는 '상처 입은 송혜교, '더 글로리'로 K-복수극을 이끌다'라는 제목의 드라마 리뷰를 통해 송혜교의 미묘한 연기가 가해자에 대한 복수에 집착하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다만 극 중 문동은이 계획된 대로 복수를 해나가다 보니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은 떨어진다.

문동은은 복수를 위해 이용해야 할 자들을 쥐고 흔들 비밀을 쉽게 손에 넣고, 가해자들은 제 발등을 찍듯 그리 깊어 보이지 않은 함정에 쑥쑥 빠진다. 처절한 복수의 감정은 담겼지만, 복수극의 전개 자체는 치밀하지 않은 편이다.

파트2에서 폭풍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지만, 파트1만 놓고 보면 이렇다 할 반전 요소가 없다 보니 클라이맥스 없이 밋밋하게 흘러간다는 반응도 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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