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의적 의료사고 처벌 면제해야"…특례법 논의 다시 수면위로

박정연 기자 2023. 1. 3.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필수의료 분야 인력부족 해결”
의료계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부족 해결을 위해선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비고의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의료인의 비고의적 의료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생명과 연관된 의료행위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젊은 의사들이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현장을 외면하는 한 원인인 소송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필수의료 분야의 가장 큰 기피 원인인 고위험 진료에 대한 부담과 법적 분쟁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의협은 가칭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소송은 위험도가 높은 진료과의 기피원인으로 꼽힌다. 의료계는 고의성이 없어도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진료과의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의료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이 나온 진료과는 그 해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이 구속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101%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 94.2%로 뚝 떨어졌다. 이후 3년째 매년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2021년 조사에서도 예비 전문의들은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호장치 부재를 꼽았다. 박정열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당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선의로 실시한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에 젊은 의사들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줄곧 고의성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이 법의 제정 필요성이 제기된 지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법안 발의조차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망사고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일종의 ‘특혜’라는 부정적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수의료의 위험성을 고려한 정책들이 보완돼왔다. 최근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정부가 100% 보상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응급의료 종사자의 의료행위로 환자가 사망했을 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선한 사마리아인 법’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의료계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계는 고의성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형사처벌에 대한 안전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의료사고 특례법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국민들의 법감정과 같은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위기 대책에서도 특례법이 빠진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의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는 가장 큰 원인인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을 덜지 않는다면 인력 유입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사고 특례법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앞서 환자단체연합회는 비고의적 의료과실에 대한 의료인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 주장에 규탄 시위를 벌이며 강경 대응한 바 있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의료사고 특례법에 반대하는 입장은 의료인에게만 과실치사죄를 감경 내지 면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 말한다"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 직무의 특성상 다른 직역에선 이러한 논의가 나온 적이 없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