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누나랑 또 놀고 싶어요"…잘못된 번역이 부른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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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랑 또 놀고 싶어요."
짝사랑하던 직장동료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A씨(36)의 진심은 결국 전해지지 못했다.
한국으로 건너와 농장에서 일하게 된 중국인 A씨(36). 그러나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A씨는 번역기 앱에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씨)를 데리고 와서 함께 놀자"고 C씨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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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라 무시한다고 생각…새벽 유인 후 폭행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누나랑 또 놀고 싶어요."
짝사랑하던 직장동료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A씨(36)의 진심은 결국 전해지지 못했다. 앱 번역기 오류에서 시작한 사소한 오해가 참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건은 4년 전인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으로 건너와 농장에서 일하게 된 중국인 A씨(36). 그러나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별 이유 없이 상사나 동료로부터 욕을 먹었고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다.
이런 A씨에게 같은 중국 국적의 여성 동료 B씨가 큰 위로가 됐다. 둘이서 점심을 먹고 중국에서 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A씨의 이성적 호감도 커져만 갔다.
하지만 B씨에게는 한국인 남편 C씨(31)가 있었다. A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21년 9월 밤 10시 무렵이었다. A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B씨부부 등과 술자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C씨는 번역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했다. A씨는 번역기 앱에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씨)를 데리고 와서 함께 놀자"고 C씨에게 말했다. 그러나 번역기는 '누나'를 '아가씨'로 오인해 번역했고 "우리 다음에 아가씨와 놀자"고 오역했다.
'아가씨'를 '노래방 접대부'로 여긴 C씨는 A씨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했다. C씨는 "왜 아가씨를 찾느냐. 나는 아내가 있다"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A씨가 소리를 지르며 맞서자 화가 난 C씨는 B씨가 보는 앞에서 A씨를 주먹으로 때렸다.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B씨 앞에서 폭행을 당한 A씨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몸을 떨었고 술자리를 박차고 홀로 귀가했다. A씨는 '번역기 오류' 때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C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다고 생각했다.
A씨는 다음날 새벽 2시쯤 홀로 귀가하는 C씨를 주차장으로 유인해 수십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C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인근 지구대에서 자수했다.
1심은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유족 또한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도 그대로였고 대법원 또한 징역 20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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