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기울어진 '삼대영' 그라운드, 한국 축구가 일본에 이기려면
한국은 H조 2위, 일본은 E조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의 16강이었다. 한-일전이 턱밑까지 왔다. 두 팀이 나란히 16강을 통과하면 8강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뻔했다.
그러나 여정은 16강에서 모두 멈췄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8강에서 사상 최초로 월드컵 한-일전이 현실이 됐다면 어땠을까. 월드컵 후 그 물음을 던지는 축구인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대답이 우세했다.
한때 한-일전은 응어리진 한을 풀 수 있는 탈출구였다. 일본 축구는 한국의 적수가 아니었다. 1954년 첫 한-일전 이후 1990년대까지는 36승16무10패로 한국의 절대 우세였다. 그 기류는 1993년 출범한 J리그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격차가 좁혀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역전이 돼 버렸다.
기록이 말해준다. 벤투호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열린 한-일전에서 각각 0대3으로 완패했다. A대표팀뿐이 아니다. 각국 축구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미래들의 무대에서도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지난해 23세 이하와 16세 이하 대표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본에 나란히 0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치욕이지만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다. 한국 '0', 일본 '3'이라는 스코어는 엄연한 현재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출범 40주년을 맞은 K리그는 5가지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아무런 방향 제시가 없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신년사조차 없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를 필두로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 학원과 클럽을 포함한 풀뿌리 축구까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질적 성장부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본 축구의 성장에는 '유럽 진출'이 큰 몫을 차지했다. 카타르월드컵만 비교해도 26명 최종엔트리 가운데 유럽파 숫자는 한국이 8명, 일본이 19명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전체 유럽파 숫자는 더 비교가 안된다. 100명에 가까운 일본 선수들이 유럽 전역을 누비고 있는 반면 한국은 10명대에 불과하다. 김민재(나폴리)가 "일본이 부럽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일례로 프로 유스팀에 소속된 선수 1인당 1년 평균 '육성 투자액'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투자는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뤄진다. 축구 선수의 경우 유럽에 진출하려면 이적료라는 '보상책'이 발생한다. 이적료에는 그 선수의 가치도 담겨 있다.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구단은 물론 선수에게도 좋다.
하지만 최정상급 선수가 아니고서는 유럽 구단에서 아시아 선수에게 '도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이 거울이 될 수 있다. 물론 일본도 FA(자유계약 선수)가 아닌 경우 이적료없이 이적한 경우는 없다. 다만 독일 분데스리가와 일본 축구는 '특수 관계'에 있다. 유럽의 타 리그 이적에 비해 이적료가 저렴한 편이다. 일본축구협회(JFA)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JFA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포함해 유럽에 '브랜치'를 두고 스태프가 상주한다. 이들은 자국 선수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각 리그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가교 역할을 한다. 유럽 진출이 용이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반면 한국은 돈이 걸린 문제라 이적 협상부터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갈등의 골'도 노출된다. 한시적이라도 대한축구협회가 나서 JFA처럼 조정 역할을 할 창구를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축구의 산업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한 쪽도 피해가 가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 한국 축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정부와 협조해 '엘리트 학생 선수'에 대한 커리큘럼 변화도 요구된다. 초등, 중등은 차치하고 고교 선수부터는 전문적으로 그 길을 걸을 선수다. '공부하는 학생 선수'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고교부터는 '학생 선수'에 맞는 커리큘럼도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체육계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부터 출전국은 48개국으로 늘어난다. 32강전부터 '녹아웃 토너먼트'에 돌입하는 것이 현재의 밑그림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아시아팀끼리 맞붙을 확률은 더 높아졌다. 월드컵 한-일전은 시간문제다. 한국 축구의 일본 따라잡기,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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