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시진핑 “코로나”, 기시다 “힘”, 푸틴 “승리” 외쳤다 [뉴스+]

조성민 2023. 1. 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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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정상 2023 신년 메시지는
바이든 “당파주의 극복하자”…신년사에서 통합·협치 강조
시진핑 “코로나19 상황에 희망 보여”…단결과 인내 주문
기시다, 신년사에서 방위력 강화 강조…개헌 언급은 없어
마크롱, “더 오래 일할 필요가 있다”…‘연금개혁’ 재도전
푸틴 집권 20년 만에 최장 신년연설…“서방 제재에 승리”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은 2023년을 맞아 내놓은 신년사를 통해 국정 목표를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신년사에서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을 언급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방위력 강화’를 새해 목표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추진해온 ‘연금개혁’을 새해에는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인들과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바이든 “통합”, 시진핑 “단결”, 기시다 “의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해 첫날 미 백악관 성명을 통해 ‘노예 해방 선언’(Emancipation Proclamation) 160주년을 언급하며 “새해인 오늘 우리 모두 선대와 목소리를 함께하며 우리나라의 신성한 임무인 통합을 기념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3년째를 맞는 1863년 1월1일 해방 선언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분리 독립한 남부 주에 있는 노예의 자유를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0년 전 오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미국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며 “링컨이 한 일은 그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이는 분열된 사람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 첫날 국가의 사명인 통합을 위해 목소리를 더하자. 우리의 차이를 미뤄두고 분열을 만드는 당파주의를 극복하고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일어서자”며 “2023년 미국에서 자유의 새로운 탄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신년사에서 통합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새해 첫 일정으로 오는 4일 야당인 공화당 고위관계자들과 함께 켄터키주 코빙턴을 찾는다. 2022 중간선거 이후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과 협치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 중국 주석은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상황에 희망이 보인다”며 단결과 인내로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현재 감염병 예방·통제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여전히 힘이 들지만 모두 끈질기게 노력해 서광이 눈앞에 있다”며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말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국가, 국민을 지켜내는 총리로서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난달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새 ‘국가안전보장전략’을 토대로 방위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특히 올해 5월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과 핵위협을 거부한다는 강한 의지를 역사에 남긴다는 무게를 가지고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올해의 큰 테마’라며 강조한 헌법 개정을 올해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프랑스 ‘연금개혁’, 대만 ‘역내 안정’ 화두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우리는 더 오래 일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는 앞으로 몇 년, 몇십 년 동안 우리 시스템의 균형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연금개혁을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를 거쳐 몇 달 안에 새로운 규칙을 확정하고, 이를 2023년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은퇴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점진적으로 65세까지 늘리고 싶어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크고, 대중의 지지도 약하다. 범여권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금개혁을 지지할 가능성이 큰 중도 우파 성향의 공화당(LR) 등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AFP연합뉴스
2017년 5월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연금개혁을 추진하다가 2019년 12월 대대적인 파업에 불을 지폈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시에 추진했던 연금개혁안은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한 연금개혁 논의는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기한 중단됐다가,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으로 다시 살아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4월 대선을 앞두고 법정 정년을 3년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2017년 추진했던 연금개혁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10일 공개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전쟁은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지가 결코 아니다”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역내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라고 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 한 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다”며 “지난해 8월 대만해협 주변에서 중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우리는 차분히 대응하며 대만의 집념과 자유 수호 의지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EPA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나는 또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이 지역 모든 당사자의 공동 책임이며 모두의 공통된 기대임을 베이징 당국에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에서 글로벌 정치·경제 변화에 이르기까지 대만해협의 양측은 많은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으며 전쟁은 결코 문제를 해결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역내 안정과 발전을 촉진하려는 공동 목표 속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더 많은 사람이 안전과 평화,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해 샴페인 푸틴 “우리가 옳다”, 젤렌스키 “푸틴, 러 파괴”

해를 넘겨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신년사에서도 충돌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군인들과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서방에 맞서서 러시아가 승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러시아를 망가뜨리고 있으며 “군인들 뒤에 숨고 있다”고 직격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31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무차별 폭격 직후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이번 전쟁에 대해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공개된 9분 분량의 신년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년간 내놓은 새해 연설 가운데 가장 길다고 보도했다.
2022년 12월 3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지구 본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UPI연합뉴스
러시아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 및 도네츠크주) 지역의 해방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근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결이며 거기에서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그는 “우리에게 제재를 가한 서방은 러시아의 산업, 재정, 수송 능력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22년 마지막 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가했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이날 적어도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으며 사망자 최소 1명과 부상자 8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푸틴의 신년사가 방송된 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양국 국민을 함께 겨냥한 연설을 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런 공격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자들과 그런 명령을 따르는 자들은 사면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간 아닌 것들이 그런 짓을 했고, 인간 아닌 것들은 패배할 것”이라며 “그들은 스스로 그리스도교인이라고 하고 정교회 신자라는 점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악마를 따르고 있고 악마를 지원하며 악마의 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어로 말해 주겠다”며 “당신들(러시아 국민)의 지도자(푸틴)는 전선에서 앞장서고 있고 군인들이 자기 뒤를 따른다고 과시하고 싶어하지만, (푸틴은) 실제로는 숨고 있다. 그는 당신들 뒤에 숨어서 당신들의 나라와 당신들의 미래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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