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품고 글로벌 방산 기업된 한화에 무슨 일이

2023. 1. 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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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방산 시스템 갖춘 한화, 항우연 내홍으로 누리호 기술 이전 난항…주가 향방은

[비즈니스 포커스] 

순수 국산 기술로 설계,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2년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화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체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 수직 계열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누리호 기술 이전 기업 선정으로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일부 사업 재편을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고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다.

 

 (주)한화 주가 더딘 회복, 이유는

한화그룹의 일부 소액 주주들은 저평가된 주가에 김승연 회장의 자택 앞에 찾아가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자식들은 우주로, 주주들은 지하로’, ‘주주 친화적 아닌 승계 친화적 기업’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2022년 한 해 동안 김 회장 자택 앞에서 7번, 한화그룹 본사와 옥경석 (주)한화 모멘텀 부문 사장 자택 앞에서 각각 2번씩 총 11회 집회를 진행했다.

한화의 2021년 매출액이 52조원이 넘고 3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주가는 저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주가는 2022년 12월 28일 종가 기준 2만6750원으로 2007년 10월 26일 역대 최고 주가인 9만1400원보다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일각에선 최근 한화가 추진 중인 방산 사업 재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고려아연과 자사주 맞교환 등 사업 재편 작업도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주주는 한화가 3세 승계 작업을 위해 자회사를 쪼개고 붙이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을 3세들에게 넘기고 지주회사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목토론방(종토방)에선 한화가 ‘화나’로 불리고 있다. 한화 주가를 보면 ‘화(가) 난다’는 의미다. 한 소액 주주는 “3세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나 상속세의 문제로 사주 일가는 주가 상승이 달가울 리 없을 것”이라며 “주주 가치 제고 요구에도 시장 대응은 고사하고 되레 하락을 즐기는 듯하다”고 성토했다.

한화 측은 일련의 사업 재편 작업들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미래 가치 투자로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업 재편을 통해 (주)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많이 올랐다고 반박했다.

2022년 6월 18일 한화 소액 주주 모임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누리호 기술 이전 앞뒀는데…항우연 내홍에 불똥 튀나

정부가 우주 강국 도약을 목표로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을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 설립과 함께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화그룹은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를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 갈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2860억원 규모의 ‘한국형 발사체(누리호·KSLV-Ⅱ)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세계 ‘톱10’ 방산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2025년, 2026년, 2027년 등 4차례 예정된 누리호 발사에 참여해 누리호 제작은 물론 발사 운용 등 관련 기술을 이전받게 된다.

하지만 항우연이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으로 내홍이 벌어지며 누리호 발사 성공을 이끈 주역들의 보직 사퇴가 줄 잇고 있어 일각에선 한화의 항공 우주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항우연은 2023년 1월 1일부터 5개 부서와 산하 15개 팀으로 이뤄졌던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2개실·6개 부서·2개 사업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연구소로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누리호 개발 사업을 이끌어 온 핵심 인력들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가 사실상 해체돼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누리호의 사령탑인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조직 개편에 항의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나로우주센터를 이끄는 옥호남 센터장도 보직 사퇴서를 제출해 동참했다.

고 본부장이 2023년 상반기 누리호 3차 시험 발사를 점검하기 위해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열린 첫 민·관 회의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호 3차 발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돋보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한화·HD현대 제공


 

 STX重 인수전 뛰어들어 절친 정기선과 라이벌 구도

김 부회장은 (주)한화·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으며 한화그룹의 주력인 친환경 사업과 미래 전략 사업을 이끌며 존재감을 넓혀 가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확정하고 선박용 엔진 제조 업체인 STX중공업 인수전에도 참전했다. 업계는 선박에서 엔진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STX중공업 인수전은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구 현대중공업그룹)의 2파전으로 좁혀지며 오너 3세 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김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평소 절친한 관계로 알려졌는데 한화의 사업 확장으로 두 사람은 조선업에서 경쟁하게 됐다.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한화에 한 발 앞서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시너지를 높여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은 향후 방산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한화가 인수에 실패했다가 2022년 재수에 성공하면서 품에 안게 된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그룹이 주인이 될 뻔했다.

조선 빅딜을 위해 2019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M&A를 추진했지만 독과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정부와 해군이 발주한 대형 함정과 잠수함 건조 대부분을 맡으며 대형 특수선(군함)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잠수함과 구축함 등 함정 건조 기술은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정 설계 기술은 현대중공업이 앞서고 있다. 2020년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 설계 공모 사업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치열한 경쟁 끝에 현대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단숨에 조선업 빅3로 올라서게 됐다.

항공 우주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는 점도 겹친다. 2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를 쏘아 올린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의 기술로 완성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강점인 엔진 제작기술을 앞세워 1999년부터 발사체 사업에 참여해 왔다. 2022년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주)한화가 참여한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은 한화의 우주 발사체 엔진 기술력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누리호 발사에 사용된 발사대 시스템을 제작한 현대중공업은 2013년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Ⅰ)’ 발사대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항우연에서 누리호 발사를 위한 한국형 발사대 시스템을 수주했다.

2022년 하반기 한화의 인수설이 나돌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한때 현대중공업이 탐냈던 기업이다. 2012년 한국정책금융공사가 KAI 지분 41.57%에 대해 매각을 추진했는데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본입찰에서 대한항공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불참했고 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하면서 유찰된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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