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금융불안 키우고… ‘부울경 메가시티’ 끝내 좌초 [심층기획-민선 8기 6개월 ‘초라한 성적표’]

박명원 2023. 1. 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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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권력 교체한 단체장들
전임 지우기·치적쌓기 몰두
강원도, 12년만에 보수 탈환 불구
김진태 지사 레고랜드 사태 ‘휘청’
김영환 충북지사 ‘차없는 도청’ 추진
시민들 반발… 복지공약도 오락가락
前정권 핵심사업 ‘부울경 특별연합’
단체장 바뀌며 논란 끝에 무산돼
개발일변도서 벗어나 체질 개선
부채 감축·방만경영 기관 통폐합
국제행사 유치 등 다양한 성과도
‘공약 후퇴, 인사 실패, 오락가락 행정, 금융위기 초래’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6개월 사이에 지방정부와 의회는 각종 논란을 만들어냈다. 중앙정치에 극단적인 양당 싸움이 자리했다면, 지방정치엔 여당의 헛발질이 가득했다. 부정적인 면이 넘치는 상황이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확충 노력 등 지방정부·의회의 권력 교체를 즈음해 새로운 정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유권자들은 지난해 ‘지방권력 교체’를 선택했다. 신선한 인물과 새로운 정책을 기대했지만 지난 6개월간의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가령 강원도만 하더라도, 12년 만에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으로 도정이 교체됐지만, 김진태 지사는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부울경 메가시티는 사실상 무산됐다. 당초 이달부터 정식 사무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 3곳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당선된 뒤 논란 끝 좌초됐다.

10년 넘게 더불어민주당이 점유해 온 충남 도정을 탈환한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최근 ‘사립유치원 교육비 중단’을 발표하면서 무상교육 후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전임 시정에서 결정한 정책을 당선 후 급선회, 시정 지우기 논란을 야기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기정치에 치중한다는 우려를 샀고,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차 없는 도청 추진’ 등으로 도청 직원은 물론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지방정부는 시·도정 정책추진에 가장 큰 힘을 받아야 할 시기에 스스로 자초한 논란 진화에 힘을 낭비했다. 지방정부 내부에서도 ‘초라한 성적표’라는 자조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지방권력 교체로 인한 긍정적 결과물도 상당하다.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으로 지방권력이 교체된 충청권의 경우 정부의 지원 속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불안정한 국제 금융시장 흐름에 대응,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긴축재정에 발맞춘 지역맞춤형 ‘재정혁신’도 큰 효과를 봤다. 강원의 경우 6개월 새 부채 규모를 30% 감축했고, 전국 최초로 재정준칙 도입을 선언했다. 대구도 부실, 방만경영 논란을 빚고 있는 산하기관 통폐합에 속도를 내는 등 지역민의 세금을 지켜냈다. 여기에 지역별로 올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 재정확충을 위한 경쟁에도 적극적이다.

◆금융위기 촉발, 공약 후퇴… 강원·충북 논란 중심

지방권력 교체 흐름에 따라 12년 만에 보수진영이 도정을 탈환한 강원도는 지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7월 임기를 시작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재정혁신과 규제혁파를 강조하며 민선 8기의 성공적 출범을 자축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불과 60여일 뒤인 9월27일, 김 지사가 레고랜드 기반사업 담당을 위해 도가 출자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 계획을 발표,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등 이른바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가 불거졌다.

전임 최문순 도정이 GJC로부터 넘겨받은 2050억원의 채무와 관련해 기업회생을 통해 GJC의 경영정상화를 추진, 도에 돌아올 채무 규모를 줄이려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시 사태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공사채 발행이 유찰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경제계 일각에서 국내 금융시장 침체 원인으로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가 아닌 미국발 금리인상과 국제 금융시장 위축 등 외부요인을 꼽았지만 도는 “국가경제를 휘청하게 한 지자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12년 만에 보수진영이 도정교체를 이뤄낸 충북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영환 지사가 취임 직후 실시한 ‘차 없는 도청’ 정책은 직원은 물론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지사는 취임 한 달여 만에 도청사를 ‘도민과 함께하는 문화·휴식·체험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차 없는 도청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시범운영 이후 도는 자율 시행으로 전환했지만 팀장급 이상 공무원들에게는 사실상 반강제로 적용한다는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충북도 노조는 도청 주변에 항의 현수막을 걸고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에는 충북도의회가 차 없는 도청 정책과 관련해 통근버스 임차료와 도청 전시공연 지원 등 7개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김 지사가 도지사 후보 시설 내놓은 현금성 공약이 당선 후 후퇴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출산수당은 1000만원, 아동양육수당은 60개월간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사 당선 후에는 이를 ‘출산육아수당’으로 일원화, 태어난 첫해 정부의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을 합해 500만원을 지급하고 향후 4년간 해마다 20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김 지사를 향해 “현금성 복지공약 후퇴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김 지사의 현금성 공약은 우려대로 대부분 후퇴했다”며 “투표용지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도백의 약속을 소홀히 하며 책임지지 않는 김 지사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임 핵심사업 ‘부울경 특별연합’ 끝내 무산

문재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지난해 초 출범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은 공식 업무 개시를 앞두고 끝내 무산됐다. 경남도가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특별연합 추진을 중단하자 곧바로 울산시도 사업 중단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에는 부산시의회에서 특별연합 폐지 규약안이 통과, 특별연합은 공식 출범 전 사실상 해산됐다. 특별연합은 부산과 울산, 경남 창원·진주 4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을 연결하고, 하나의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모델로 기대됐다. 문재인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 민선 7기 시절 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의기투합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 단체장 모두 특별연합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업 좌초가 현실화됐다. 신임 단체장 취임 직후 울산과 경남은 특별연합 추진에 따른 실익 분석 용역을 시작했다. 이후 ‘실익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사업 중단을 공식 선언, 현재 폐지수순을 밟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특별연합 규약을 폐기한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우려 속 다양한 성과… 재정혁신·체질개선 긍정적

논란과 우려 속에도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개발 일변도식 행정에서 벗어나 재정혁신과 주민복지 질 향상, 대형 국제행사 유치 등 성과를 보였다. 강원도의 경우 전임 도정으로부터 물려받은 약 1조원의 채무를 단 6개월 만에 30%가량 감축한 점은 뚜렷한 성과로 꼽힌다. 도는 지난해에만 레고랜드 조성사업 관련 ‘우발 채무’ 2050억원 등 2942억원의 채무를 감축했다. 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채무를 상환해 나갈 방침이다. 여기에 전국 최초로 재정 혁신 상시화를 위한 ‘강원도형 재정 준칙’ 도입을 예고했다.

도민 복지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민선 8기 도정은 전임 도정이 최초 시행한 ‘육아기본수당’을 기존 만 4세에서 만 8세 미만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2028년부터는 육아기본수당 지급 대상을 만 10세 미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26조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민선 8기 투자유치 총 목표액 60조원의 44.7%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 320개 기업과 투자 협약을 체결해 1만2615명의 고용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충남, 대전 등 충청권 타 지자체와 협력,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를 유치했다. 도는 향후 대회 유치 성공을 발판으로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대전시는 지역 숙원사업인 우주산업클러스터 3축 확정을 이끌어 냈고 경기도는 취약계층 기회안전망 구축과 미래산업 육성 기회발전소, 사회적가치를 확산하는 기회터전 등 5대 기회패키지에 1조470억원을 투입, 대대적 체질개선을 예고했다.

춘천·창원=박명원·강승우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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