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⑦대형선박 자율운항 기선 제압…"50년 데이터 비장의 무기"
"핵심기술 부족 지적도 학구적 문제일 뿐…SW 측면에선 우위"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2022년 6월 미국과 한국을 잇는 태평양 바닷길에서는 의미 있는 도전이 있었다. 기장과 HD현대그룹의 자율운행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Avikus) 연구원 등 30명만 태운 길이 300m, 폭 46.4m, 높이 26.5m의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가 총 2만㎞의 운항 거리 중 절반인 1만㎞를 선원의 수동 제어 없이 스스로 물살을 갈랐다.
지난 2018년 영국의 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의 자율운항 여객선을 시작으로 일본, 노르웨이 등 해외 업체에서 자율운항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대형 LNG 선박으로 장거리 운항을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업계 관계자는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스타트는 늦었지만 반환점은 우리가 먼저 통과한 것"이라며 "해운강국에 확실한 기선제압을 한 셈"이라고 했다.
이 선박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이 탑재됐다. '하이나스'는 선박의 뇌와 눈 역할을 한다. 하이나스 2.0은 지난 2020년 개발해 이미 상용화한 1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에 '자율제어' 기술을 추가한 버전이다.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딥러닝 기반의 상황 인지·판단을 통해 속도제어와 충돌회피 등 다양한 돌발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12인승 선박 자율운항 성공 이후 1년만에 대양 횡단…대형선 2단계 솔루션 상용화도 처음
아비커스는 이미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보유했다. 자동 항로계획·자동항해, 자동 이·접안, 운항 선박 위치 추정 등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다.
지난 2020년 6월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크루즈 선박이 통과한 경북 포항 운하의 총 길이는 10㎞로 길지 않지만 수로의 평균 폭은 10m에 불과해 사람이 운항하기에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이후 1년만에 하이나스 2.0을 통해 대형선박의 대양 횡단이라는 큰 목표도 이뤄낸 것이다.
대형 선박은 소형 선박보다 엔진 등의 시스템이 복잡하고 운항 범위도 넓어 그에 맞는 제어와 통신보안 기술이 없으면 자율운항을 성공하긴 쉽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갖고 대형선박의 장거리 운항까지 2년 내에 성공한 곳은 없다"며 "기술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고 했다.
대양 횡단으로 검증을 마친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은 올해 8월부터 대형선박에 탑재돼 본격적인 실력 발휘를 할 예정이다. '하이나스 2.0'은 내년부터 LNG운반선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등 대형선박 23척에 탑재된다. 대형선박과 소형선박(레저보트)을 통틀어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한 것도 세계에서 HD현대가 처음이다.
◇ '절대강자' 없는 자율운항 시장…2030년쯤 판가름 날 듯
해상교통의 판도를 바꿀 자율운항선박의 등장에 세계 각국은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무한경쟁 중이다. 영국, 노르웨이 등 전통적인 해운 강국이 자율운항 시장에 먼저 뛰어들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절대 강자'로 군림하진 못한 상황이다. 영국의 롤스로이스,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등도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자율운항 마지막 단계인 '완전자율운항'(선박 운영체제가 스스로 결정·운항하는 단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 선박의 자율화 등급은 △1단계는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원격제어는 가능하지만 선원 승선이 필요한 수준 △3단계는 선원 승선 없이 원격 제어가 가능한 수준 △마지막 4단계가 완전자율운항 단계다.
경쟁국가들도 대부분 선원 승선이 필요한 2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고 '완전 자율운항'은 여전히 목표에 불과하다. 2030년이 지나야 시장의 뚜렷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2017년 선박 원격조정 시범운항에 성공한 롤스로이스는 원격조정조차 필요 없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을 2030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의 콩스버그는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대양을 운항하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 자율운항 성패 가를 '데이터 리더십'…50년 선박 건조 덕분에 우위 점한 HD현대
물론 핵심기술은 유럽이 우위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기술을 선박에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선 경쟁국가들에 비해 한 발짝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정빈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교수는 "핵심기술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특허나 해당 기술의 시작점에 대한 학구적인 문제제기일 뿐"이라며 "실제 기술을 다루는 우리의 소프트웨어 측면의 기술력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박 자율운항 성패는 항로를 스스로 짜고 위험 요소를 회피할 수 있는 운항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축적하고 있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여전히 테슬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방대한 데이터량 때문이다. HD현대는 이같은 운항 데이터 확보를 위해 수주한 선박에 항해 보조 시스템을 탑재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내년부터 하이나스 2.0가 상용화 되면서 이 기술이 탑재된 선박들이 운항을 시작하면 딥러닝 기반의 상황인지, 속도 제어, 충돌 회피 등의 데이터도 추가로 쌓을 수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50년 넘는 건조 경험을 가진 HD현대는 해상데이터를 많이 쌓을 수 있는 환경이고 세계 어느 회사보다 많은 선박시운전, 조종실험, 시뮬레이션 등 각종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다양한 선급 및 국가들의 승인을 획득해 전 세계 모든 대형선박에 하이나스 2.0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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