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뒤 인구 급감…“홍콩정부, 이민행렬 막을 의지도 없다”
지난해 8월 아내와 캐나다 이민
민주파 의원 47명 체포가 계기
보안법 시행 2년만에 19만명 감소
1961년 공식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증가하던 홍콩 인구는 2019년 6월 75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인 2020년 6월 748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주춤하던 홍콩 인구는 1년 뒤인 2021년 6월엔 741만명으로 줄었고, 2022년 6월엔 729만명으로 더욱 감소했다. 2년 만에 19만명, 전체 인구의 2.5%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감소 인원 12만명 가운데, 사망 등 자연 감소가 아닌 해외 이민으로 홍콩을 떠난 이들이 11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등 과거 홍콩과 정치적 인연이 있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로 떠났다. 홍콩인들이 대거 홍콩을 떠나고 있지만, 홍콩 정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해 8월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이민한 홍콩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피터 웡(가명·38)의 얘기를 들어봤다.
―홍콩은 언제 떠났나?
“지난해 8월 초, 아내와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캐나다에 왔다.”
―홍콩을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홍콩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였다. 주된 것은 아내의 의견이었다. 2019년 송환법(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운동 이후 아내 친구들이 많이 체포됐다. 2020년에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도입됐고, 민주파 초선 의원 47명이 체포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졌다. 아내는 이를 매우 좋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내와 중학교 때부터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친구가 감옥에 갔다. 아내는 그와 딱 15분만 면회할 수 있었다. 아내는 친구에게 계속 편지를 쓰며 위로했지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당신은 왜 이민을 떠나자는 아내 의견에 동의했나?
“아내가 오래 고민한 것 같았다. 2021년 초 민주파 의원 47명이 체포된 직후, 아마 홍콩 보안법이 자신과 매우 가까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당시 잡힌 몇몇 피고인들이 아내의 오랜 친구였다. 나 역시 생활 환경을 좀 바꾸고 싶었다.”
―이민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캐나다는 2021년 초부터 홍콩인에게 연수 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졸업 5년 이내인 경우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일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나는 좀 급하게, 지난해 1월 초 이민센터에 등록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는 홍콩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들이 아내를 생각하고, 너의 상황도 안 좋지 않으냐며 생각해보라고 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도 있는데, 왜 캐나다를 선택했나?
“영국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영국해외국민(BNO) 비자가 없었다. 나와 내 아내 세대는 비엔오를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생각했는데, 10일 동안 격리를 해야 했다. 키우는 고양이가 15살로 매우 늙어서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대만도 생각했는데, 정세가 불안하고, 행정적으로도 매우 번거로웠다. 반면에 캐나다는 홍콩인을 위한 인도적인 계획을 내놨다. 비교적 쉽게 올 수 있었다.”
―정착에 어려움은?
“캐나다에 도착한 뒤 숙소를 구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집주인들이 고양이가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지출도 매우 컸다. 홍콩에서는 내 집에 살았고 월급도 괜찮았는데, 이를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캐나다에 친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먼저 정착한 홍콩인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홍콩을 떠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나?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출국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긴 했는데 별문제 없었다. 행정적인 문제가 좀 있는데, 먼저 경찰에서 해외 이민에 필요한 무범죄 기록 증명서 ‘양민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내가 6월쯤 신청했을 때는 예약이 어려웠다. 비행기표가 8월 초로 잡혀 있어서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경찰 본부에 가니, 6개월 만에 1만2천여장의 양민증이 발급됐다고 했다. 대부분 이민이나 해외 유학용이었다. 확실히 인재 유실이 심각해 보였다. 다음으로, 세무서에 가서 세금을 정산해야 했다. 인터넷에 보니 매우 오래 걸린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빠르게 진행됐다. 최근 이민이 많아 직원들이 절차를 잘 알고 있었다.”
―홍콩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홍콩 정부가 이민을 방해하거나 불편을 주진 않나?
“홍콩 정부는 사람들이 홍콩을 떠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을 붙잡아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취임 이후 한 첫 ‘시정보고’에서 ‘글로벌 인재 유치’ 정책을 내놨는데, 이는 일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1년 연봉이 250만홍콩달러(약 4억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준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나.”
―홍콩 정부는 왜 홍콩인들이 나라를 떠나는데 별 관심이 없을까?
“홍콩 정부가 조사해보니, 홍콩을 떠나려는 이들이 주로 홍콩 정치와 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은 이들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정부는 이들이 떠날 경우, 홍콩이 새 출발 하는 데 유리하고, 혼란스러운 상황도 다스려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홍콩 정부가 중국과 세계 사이에 끼여서 균형을 잡을 방법이 없고, 그럴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이게 홍콩에서 사람들을 밀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방역정책 때문에 상황이 매우 안 좋다. 홍콩 정부는 현재 상황이 좋다고 계속 선전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 안다.”
―당신 친구 중에도 이민을 준비하거나 이미 이민한 사람이 많나?
“두 사례를 말해주겠다. 나는 지난해 9월 중순 영국 런던으로 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장례를 취재했다. 런던에 도착해 무려 20명에 가까운 홍콩의 기자와 교수, 전 구의원 등을 만났고 함께 식사했다. 또 주로 정치 이야기를 하며 식사하는 모임이 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이미 홍콩을 떠났다. 2021년부터 유행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격의 없는 얘기를 나누는 친구 가운데 절반은 (정치범을 수용하는 홍콩) 라이치콕 교도소에 있고, 절반은 영국에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어떻게 지내나? 생활비는 어떻게 버나?
“나는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고, 아내는 홍콩에서 하던 마케팅 일을 캐나다 집에서 한다. 저축해둔 것도 있어 생활비는 아직 괜찮다.”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캐나다는 흥미로운 곳이다. 양대 도시인 밴쿠버와 토론토의 일부 지역은 중국인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여기서 영어를 쓰지 않고 중국어로만 생활할 수 있다.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캐나다에 온 뒤 첫달은 화교 지역에서 지냈는데, 매일 중국식 과자와 차, 육포를 먹었다. 친구들이 내가 홍콩을 떠난 게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가 비교적 춥고 건조하다. 밴쿠버의 대중교통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홍콩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캐나다의 범죄율도 비교적 높은 것 같다. 홍콩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걸 새삼 느낀다. 또 캐나다에서는 내 직업인 사진기자 일을 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영화나 음악, 춤 등이 모두 영국 취향인데, 이렇게 북아메리카에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홍콩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나?
“아직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아내 뜻이 중요하다. 다만,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야 돌아갈 것 같다. 1997년을 전후해 많은 사람이 홍콩에 돌아왔는데, 당시에는 홍콩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만약 돌아간다면, 홍콩에서 작업하다 중단했던 기사를 완성하고 싶다. 감옥에 있는 친구도 만나고 싶고, 부모님도 보고 싶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최근 홍콩 가수 앤서니 웡(황야오밍)이 한국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www.youtube.com/watch?v=q2CO0-zA66M)이라는 노래를 홍콩어로 불렀는데, 그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고 싶다.
‘그날이 온다면, 올해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시처럼 짧은 청춘이 반짝인다
꿈처럼, 연기처럼 사라진다
세상을 바꿀 초심은 변하지 않는다
너와 나는 과거를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날을 봐야 해
그날이 올 것이라 믿어’”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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