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잡음 속 文 찾은 이재명… 與 “文 바짓가랑이 잡는 모습 애잔”

박지원 2023. 1.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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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친문 끌어안기로 단일대오 재정비
李 ‘사법리스크 당과 함께 대응’ 시사 후
지도부와 양산 찾아 100분간 오찬·환담
文 “李 중심으로 민생·경제 해결 최선을”
이태원 참사엔 “진정한 치유 필요” 언급
민주, 공수처 569억 추가 배정 증원 추진
일각선 ‘검수완박 시즌2’ 진행 의혹 제기
尹 확전 각오 발언에 李 “무는 개 안 짖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새해 둘째 날 일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신년 인사 차원이지만,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 가운데 이 대표가 최근 공들이고 있는 ‘친문(친문재인)’ 세력과의 화학적 결합 시도의 정점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2일 부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 뒤 즉석에서 예정에 없던 약식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당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당과의 분리 문제는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당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답변을 내놨다.

당지도부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맹폭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국정 책임의 실종, 정치 부재, 폭력적 지배가 활개 치는 난세가 됐다”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해 소비자 물가가 5.1%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라며 비판했다.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도 국민의힘 출신 지역자치단체장 탓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이 대표는 지난해 북한 무인기 사태 당시, ‘확전을 각오’했다는 대통령실 발언을 꼬집으며 “원래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말폭탄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최고위 회의 후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지난해 8월29일 당대표 취임 후 4개월여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예방에 대해 “연례행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사법리스크로 당내 잡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친문 끌어안기’로 당의 단일 대오 재정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낮 12시쯤 사저에 도착한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김정숙 여사가 준비한 평양식 온반과 막걸리 등으로 오찬 겸 만남을 진행한 뒤 약 1시간40분 뒤인 오후 1시43분쯤 사저를 나섰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새해에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했고 민주당이 잘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이) 여러 외부 상황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진정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며 “민생·경제가 참 어려운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민생·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는 말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민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와 관련된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지금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며 정국 현안에 대한 우려의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이 대표 또한 같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민주당 지도부의 문 전 대통령 예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평산마을에 들어앉아 정치 평론이나 소일거리로 삼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직 대통령과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전직 대통령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보려는 이 대표의 애잔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새해 벽두부터 각종 범죄 혐의에 연루된 야당 대표를 불러 그를 중심으로 당이 뭉쳐야 한다느니,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된다느니 하는 훈장질을 하는 전직 대통령에게서 품격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인력과 예산을 대폭 늘리는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공수처에 힘을 실어주고 검찰의 힘을 빼려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지난해 11월25일 공수처에 5년간 약 569억원의 예산을 추가 배정해 수사관을 현재 인원인 40명의 2배인 80명으로, 행정 인력을 현재(20명)의 2.5배인 50명으로 늘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 역시 지난달 26일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재의 25명에서 4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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