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화려함의 극치로구나…뮤지컬 '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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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자본주의 뮤지컬이구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뮤지컬 '물랑루즈'에서 '사틴' 역으로 열연 중인 아이비가 개막 전 간담회에서 했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무대로 옮긴 클럽 '물랑루즈'의 최고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슬프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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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에서 '사틴' 역으로 열연 중인 아이비가 개막 전 간담회에서 했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물랑루즈'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빛이 비추는 가운데 '물랑루즈'의 상징인 빨간색 하트 모양 세트 양 옆으로 풍차와 코끼리상이 위용을 자랑했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에 초대받은 관객들은 무대를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공연 전부터 앙상블들이 캉캉춤을 곁들여 선보인 프리쇼(pre-show)로 공연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물랑루즈'는 바즈 루어만이 연출한 동명 뮤지컬 영화를 무대화했다.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호주, 영국, 독일에서 관객을 만났고 이번에 아시아 초연한다. 2021년 제74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등 10개 부문을 휩쓴 흥행작이다.
무대로 옮긴 클럽 '물랑루즈'의 최고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슬프고 아름답다. 하지만 사틴 캐릭터는 원작보다 강단 있는 여장부의 면모가 두드러졌다. 재정난에 빠진 클럽 '물랑루즈'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자신을 물건 취급하는 부유한 클럽 후원자 '몬로스 공작'(손준호·이창용)에게 "나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명곡의 향연이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레이디 마멀레이드'를 시작으로 엘비스 프레슬리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 위드 유', 브리트니 스피어스 '톡식', 아델 '롤링 인 더 딥' 등 70여 곡의 팝송을 들을 수 있다. 노래를 매시업(mash-up·여러 곡을 섞어 하나의 넘버를 완성)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 등 20여 곡을 잘게 쪼개 엮은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1막 엔딩곡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물랑루즈 음악 수퍼바이저 저스틴 르빈은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무대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영화의 카메라 기법을 음악으로 대신하는 것이 작품의 출발점이었다"며 "원작보다 음악적으로 훨씬 풍부해졌고 스토리텔링에서도 음악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다만 팝송을 한국어 가사로 번역한 탓에 노래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11개월에 걸친 오디션 끝에 선발된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사틴' 역의 아이비(김지우)는 화려함 속에 감춰진 '사틴'의 고단한 삶을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크리스티안' 역의 홍광호(이충주)는 명불허전 가창력으로 관객에게 황홀함을 선사했다.
지난 12월 20일 잔행된 첫 공연을 관람한 마즈 루어만 감독은 한국 프로덕션에 대해 "유독 감정선이 진하고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배우들의 가창력이 굉장히 뛰어나며, 크고 화려한 연기부터 낮고 조용한 내면 연기가 훌륭하게 대조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도 볼거리다. 호주에서 각각 다른 장인들이 제작한 '사틴'의 의상 16벌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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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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