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가 '빌라왕' 사태 키웠다
[편집자주]같은 사람 명의로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을 수십에서 수천 채 보유한 이른바 '빌라왕'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주거 안전판으로 여겨지던 '보증금반환보증'마저 뇌관으로 떠올랐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저가주택 공급'이란 명분하에 지속해서 규제완화를 하며 난개발의 온상이 돼온 빌라는 전 재산과 다름없는 전세금 미반환 사태를 일으켜 세입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주택임대사업자의 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했다. 보증보험시장에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가입 비율이 93%에 달해 전세부실 사태는 공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빌라왕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무이자 대출과 이주 지원 등을 결정, 사회적 비용의 손실도 불가피하게 됐다.
(1) 규제 완화가 '빌라왕' 사태 키웠다
(2) 보험료 성실히 납부했는데… '보증금반환보증'의 배신
(3) [르포] "대출이자 계속 나가는데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나요"
#. 시공 완료된 빌라 분양에 실패한 건축주는 분양대행사와 주택임대사업자를 섭외한다. 건너 건너 소개받은 이들에게 줄 수수료를 반영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고 세입자에겐 이보다 더 비싼 금액의 전세금을 받는다. '임대보증금보증'이란 보험이 있어 세입자는 리스크가 있어도 기꺼이 거액을 건넨다. 세입자가 낸 전세금은 임대사업자인 동시에 명의대여자(바지사장),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가 나눠 갖는다. '내 돈' 한 푼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2022년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 모 씨가 주택 1139채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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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김씨의 세입자 가운데 HUG 반환보증에 가입한 사람은 614명(54%)이었다. 이 중 보증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139명에 불과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법원 경매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한다.
예외규정을 제외한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2020년 8월 개정됐고 김씨와 같은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1년 유예 기간을 둬 2021년 8월18일 전면 적용됐다. 세입자 보증금 보호라는 명분 하에 사실상 강제 가입된 보증보험이 법 시행 1년 4개월 만의 전세 부실사태로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임대보증금보증 보증료는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를 각각 나눠 내도록 하고 있다.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미가입 기간에 따라 보증금의 최대 10%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보증금이 5000만원(서울 기준) 이하이거나 세입자가 별도로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임대인이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 조항이 있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김씨의 세입자도 440명이다. 향후 보증사고가 '예고'된 셈이다. HUG에 따르면 보증사고 금액은 2018년 792억원에서 2021년 5790억원으로 3년 만에 7.3배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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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 블랙리스트 순위는 ▲1위 박 모 씨 646억원(293건 계약) ▲2위 정 모 씨 600억원(254건) ▲3위 이 모 씨 581억원(286건) ▲4위 김 모 씨 533억원(228건) 등이며 5위인 또 다른 김 모 씨도 440억원을 미상환했다. 8위에 랭크된 김씨는 2022년 1월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나 보증 채무를 일부만 상환해 2월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 뒤 2개월 후인 4월 다시 등록됐다.
상위 30위에 오른 악성 임대인들이 낸 보증사건 금액은 7584억원에 달한다. 이 중 6842억원을 HUG가 대신 갚아줘야 한다. 보유주택 가운데 반환보증을 신청하지 않은 주택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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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일반 공동주택은 전용 60㎡ 이하 가구당 0.7대, 60㎡ 초과 가구당 1대의 주차장을 각각 설치해야 하는 등 가구당 기준을 적용한다.
이에 비해 각 실당 면적이 훨씬 작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전용 30㎡당 1대의 주차장 면적을 적용한다. 부지확보가 어려운 도심 땅에 쉽고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의 규제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는 면적과 방 수 제한을 점차 완화해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도시형생활주택은 주거 전용면적과 방 수를 50㎡, 1개로 제한했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3~4인 이상 가정도 빌라 실수요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2021년 9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2022년 2월 시행, 전용면적 상한을 60㎡ 이하로 확대했다. 30㎡ 이상인 경우 침실 최대 3개를 허용했다. 주차장 등 부대시설 과부하를 막기 위해 침실 2개 이상인 경우 단지 전체 가구수의 3분의 1 이내로 제한했다.
같은 해 7월엔 규제를 더 풀어 투룸 이상 가구 비중을 종전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더 늘리기로 했다. 300가구 미만으로 제한된 가구 수 규제완화도 고려하고 있다. 관련 법안은 현재 연구용역을 거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완화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은 예전부터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임대사업자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아 일부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수 년 전부터 고액 전세의 부실 문제가 수많은 전문가들을 통해 예고됐음에도 국내에선 서민 주거의 대표 제도인 만큼 폐지가 쉽지 않았다"면서 "이미 통계들로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이 전세의 종말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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