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리온, 바이오로직스에 34억 수혈... 신사업 키우기 박차
체외 진단 키트·결핵 백신 등 바이오 산업 확장 박차
신사업 발굴은 장남 담서원 상무 총괄
업계 “바이오로직스, 향후 승계 재원 마련에 활용 가능”
오리온그룹이 지난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34억원을 증자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정한 데 따라 공격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신사업 발굴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 담서원 신임 상무가 총괄한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8일 68만주를 추가 발행해 자본금을 34억원 늘렸다. 이에 따라 총 주식수는 70만주, 자본금은 35억원으로 늘어났다. 주당 액면가는 5000원이다.
증자는 현금 납입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합작투자 계획에 따라 오리온홀딩스와 하이센스바이오가 60 대 40의 비율로 진행됐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오리온홀딩스가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제조·판매를 위해 하이센스바이오와 함께 지난달 13일 설립한 회사다. 오리온홀딩스는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이 회사 증자에 모두 99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증자와 함께 하이센스바이오 박주황 부사장과 이석현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기술 개발 지원을 총괄할 예정이며 이 이사는 하이센스바이오의 사업 개발 총괄로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
오리온그룹 측 인사로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형석 오리온 신규사업팀 전무를 비롯해 박성규 오리온홀딩스 부사장, 권용수 오리온홀딩스 신규사업팀 파트장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치주 질환 치료제 개발·제조·판매를 넘어 치약과 가글 등 구강용품 제조 및 식품 원료 개발·제조·판매까지 영역을 확대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리온그룹은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외에도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했고,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바이오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정기 인사에서도 신규사업팀이 바이오 산업 부문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기로 하는 등 바이오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오리온은 이번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에 임원이 없던 경영관리팀 담당 임원을 신설해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또 신규사업팀이 있음에도 식품 산업 관련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발굴 업무를 담 상무에게 맡겼다.
이에따라 향후 바이오 사업 역시 담 상무가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 오너 3세들이 신사업을 맡아 경영능력을 입증하며 승진한 상황에서 오리온도 같은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다만 오리온 관계자는 “암 조기진단 기업 ‘지노믹트리’와 협업하고 있는 체외 진단키트 사업이나,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와 공동 개발 중인 결핵 백신을 비롯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도 신규사업팀에서 구상된 것”이라며 “신규사업팀이 현재 추진 중인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담 상무가 신사업을 발굴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더라도 오리온의 3세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오리온과 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담 상무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의 3대 주주이지만 지분은 각각 1.23%, 1.22%로 나타났다.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지분 37.37%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부친 담 회장의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지분은 각각 0.5%, 28.73%이고, 모친 이화경 부회장이 갖고 있는 두 회사의 지분은 4.08%, 32.63%다.
결국 승계를 위해서는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을 증여받아야 하는데, 주식 증여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돼 막대한 세금이 붙는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가 담 상무의 승계 재원 마련에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장사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증자 과정에서 담 상무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사의 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 후 이를 매도해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리온 관계자는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담 상무의 누나인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는 두 회사지분을 각각 0.6%, 1.22%씩 갖고 있지만 오리온과 지주회사 내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아 오리온의 후계 구도는 장남으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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