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투자법]② 최영권 우리자산 대표 “코인·밈주식은 도박… 정석 지키는 투자해야”

연선옥 기자 2023. 1.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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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주식 정보 믿지 말아라…절세 상품 활용해야”
”좋은 매수 타이밍 잡는 건 불가능…적립식 투자가 해법”

“지난해 코인과 밈 주식(meme stock·온라인에서 입소문이 퍼져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 열풍은 일종의 ‘도박(갬블링)’이었지 ‘투자(인베스트먼트)’가 아니었습니다.”

1989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이후 30년 넘게 주식을 운용한 펀드 매니저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폭락한 직후 대거 주식 시장에 유입된 MZ세대의 투자 행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실수하지 않는 투자자는 없고 당장 돈을 잃었다고 해서 투자에 대한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종목의 선택과 포트폴리오 구성의 근간이 되는 운용 철학을 지키는 것이 결국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주식은 물론 채권, 부동산, 코인 등 세계 투자 자산 가치가 모두 큰 폭 하락했다. 2021년 코로나 확산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자산 시장에 진입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MZ세대의 손실은 막대했다. 특히 MZ세대의 좌절감이 심했던 것은 지난 10년 동안에는 주식시장이 이렇다 할 침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이후에는 주가가 대세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였다. 2021년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폭락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주가가 회복돼 오히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산 시장의 침체는 MZ세대가 경험한 첫 위기였던 셈이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지난달 2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는 모습. /박상훈 기자

문제는 새해에도 자산 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에 조선비즈는 지금과 같은 위기를 경험했던 이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투자를 지속했는지 그 비결을 묻기 위해 오랫동안 투자자로 일한 전문가를 찾았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7월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최 대표는 운용평가부, 주식운용팀, 고유운용팀을 거쳐 동양자산운용(지금 우리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국민은행 신탁부 부장, 플러스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CIO)을 거쳐 2019년부터 지금까지 우리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주식 시장의 폭락을 경험했던 최 대표가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은 경기나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대위기 역시 미리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특히 예상하기 어려운 팻테일(fat-tail)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리 알고 피해 갈 수 있는 투자자는 없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지난해 코인과 주식시장에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음)족이 대거 등장한 것은 이런 상식을 간과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세계 자산 가격이 오르자, 많은 투자자가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확보한 자금을 베팅하는 도박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이뤄진 강도 높은 통화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에 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도박은 거대한 손실로 돌아왔다.

최 대표는 “지난해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잃었더라도 후회해서는 안 된다”며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면 그 투자는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젊은 시절 큰 위기를 겪었다. 세계 헤지 펀드의 양대 산맥이던 ‘타이거펀드’와 ‘퀀텀펀드’가 잇따라 청산된 지난 1999년~2001년 동양자산운용(지금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부장을 지낼 당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와 줄리안 로버트슨이 1980년에 설립한 타이거펀드는 수많은 헤지펀드가 난립했던 1970~80년대 높은 수익률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철저한 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을 활용한 것은 물론 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파운드화를 마구 팔아 ‘환율 전쟁’을 벌여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투자전략을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설적인 두 펀드는 1999~2000년 잇따라 청산됐다. 타이거펀드는 단기 투자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비싼 기업은 과감하게 공매도하는 기법을 썼다. 1999년 기술주가 급등할 당시 이를 공매도했는데, 투자 손실이 불어나며 펀드를 정리해야 했다. 기술주에 자금을 투자한 퀀텀펀드는 이듬해 닷컴버블 사태로 나스닥이 폭락하자 청산됐다.

박상훈 기자

당시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초토화됐다. 2000년 1월 4일 1059포인트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가 그 해 말 500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9.11 테러 직후에는 460 수준까지 밀렸다. 당시 최 대표가 1조5000억원 규모를 운용하던 시절이었다.

몇차례 위기를 극복한 그가 강조한 투자 원칙은 한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분산투자하고, 일정 부분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닷컴버블로 주가가 폭락할 당시 가치주와 성장주의 차이가 컸다”며 “한 종목에만 투자해서는 필패(必敗)한다”고 말했다. 또 자산 가치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일부 현금을 확보해 놓으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단기 수익을 얻기보다 장기간 부(富)를 축적하기 위한 목표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온라인에서 얻은 가벼운 주식 정보는 피하고, 절세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좋은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월간 글로벌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식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대표는 “MZ세대의 재정적인 여건은 아직 불리하지만 시간은 큰 자산”이라고 했다. 시장이 하락하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고, 장기 수익률은 앞으로 수십 년 후에 더 높아져 그만큼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식견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독서, 가격 변화에 투자하기보다 기업 가치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사고,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분석해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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