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독일 광란 속 새해맞이…경찰·소방관들 ‘불꽃놀이’ 금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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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저녁부터는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마세요".
하지만 독일 시민들은 한동안 불꽃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새해가 밝자 독일 경찰과 소방관 노조는 새해 전야에 개인 불꽃놀이를 금지라고 촉구했습니다.
2년 만에 불꽃놀이와 함께한 독일의 새해 맞이는 상처만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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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들의 유별난 '불꽃놀이 사랑'
"12월 31일 저녁부터는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마세요".
한 독일 교민의 당부가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도대체 얼마나 심하게 하길래 바깥 출입을 삼가야 할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신년 전날 '불꽃놀이'를 많이 합니다. 불꽃 놀이 폭음이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춘절에 불꽃 놀이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독일 시민들의 불꽃놀이 사랑은 특히 유별난데, 12월 31일 하루에 쓸 불꽃놀이를 사기 위해 달마다 돈을 미리 적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일 시민들은 한동안 불꽃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2020년과 2021년 연말에는 개인들의 불꽃놀이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2022년 12월엔 불꽃놀이를 허용했습니다. 2년 만에 참고 참았던 불꽃놀이를 하게 된 겁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지난달 29일 2년 만에 불꽃놀이 판매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독일 브레멘 지역 매체는 불꽃놀이 구입 판매 장소에 약 1,500명이 미리 줄을 선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 2년 동안 참은 불꽃놀이…불꽃과 폭음으로 뒤덮인 베를린
12월 31일 낮부터 거리엔 폭음이 들렸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폭음 소리의 빈도가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면서 베를린 시내는 불꽃으로 가득 찼고 자정이 되자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베를린 도심 전역에 불꽃이 터졌습니다. 도심 골목 사이 사이마다 사람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폭죽을 터뜨렸습니다. 행인들이 걸어가는 곳으로 폭죽을 발사하는 아찔한 상황도 목격됐습니다. 2년 만에 찾아온 불꽃놀이는 불꽃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이 밝을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 불꽃놀이 중 경찰관·소방관 공격…"불꽃놀이 금지해야"
불꽃놀이가 끝나고 새해가 밝자 독일 경찰과 소방관 노조는 새해 전야에 개인 불꽃놀이를 금지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불꽃놀이 중에 경찰관과 소방관, 구급 대원들을 공격한 겁니다. 소방관과 경찰을 향해 폭죽을 쏘고 이물질을 던졌습니다. 결국 베를린에서만 최소 33명의 경찰관과 소방관이 다쳤습니다. 독일 전역에서도 수십 건의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라르스 비그 브란덴베르크 경찰노조 위원장은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새해에 겪어야 했던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놀이가 결국 난동이 됐고, 치안과 안전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에 빠질 뻔한 겁니다.
시민들의 피해도 있었습니다. 폭죽으로 공격받은 행인도 있었지만, 불꽃놀이를 하던 이들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폭죽에 불을 붙이다가 폭약이 갑자기 터져 치명상을 입은 경우도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작센-안할트 주에는 도로에서 불꽃놀이를 하던 시민이 차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불꽃 놀이가 화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독일 정치권은 소수의 엇나간 행동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2년 만에 불꽃놀이와 함께한 독일의 새해 맞이는 상처만 남겼습니다.
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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