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메이드 인 K리그'를 주목한다, 그래서 필요한 '코리안 웨이'[SC이슈]

박찬준 2023. 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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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근 K리거를 향한 셀틱발 오퍼가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부산 아이파크의 '젊은 미드필더' 권혁규(21)와 수원 삼성의 '영건' 오현규(22)다. 단순한 영입 의향이 아니다. 구체적인 이적료까지 제시했다. 규모도 꽤 크다. 권혁규와 오현규 모두 1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오현규의 경우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셀틱은 설명이 필요없는 스코틀랜드 최고의 명문이다. 52차례나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유러피언컵도 차지한 바 있다.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깊다. 기성용-차두리가 뛰었다. 2010~2012년까지 함께 뛰며 '기-차듀오'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셀틱은 최근 아시아 선수를 중용하고 있다.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지도력을 과시했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후 일본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재미를 봤다. 현재 셀틱에는 후루하시 쿄고를 비롯해 무려 4명의 일본 선수가 뛰고 있다. 셀틱은 이제 그 범위를 넓혀 한국에도 시선을 보내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대상'이다. 셀틱은 과거 송민규(전북) 송범근(쇼난 벨마레) 등에도 러브콜을 보낸데 이어, 권혁규와 오현규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표 선수로 입지가 두텁지 않거나 경험이 없는,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 K리거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권혁규의 경우, K리그 팬이 아니라면 생소한 선수다. A대표는 고사하고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제대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심지어 1부리그 경험도 많지 않다. 오현규도 이번 카타르월드컵 예비 엔트리 선발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 겨우 한 시즌 정도 좋은 활약을 펼친 공격수다.

과거 유럽 오퍼는 주로 월드컵 스타, 범위를 넓혀도 대표팀 스타들의 전유물이었다. 1990년대 김주성 서정원 안정환, 2000년대 이영표 이천수 이을용 송중국 김남일, 2010년대 이청용 박주영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등 유럽파들은 모두 국제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선수들이었다. 최근 유럽의 집중 구애를 받는 조규성(전북)도 이 케이스다. 아니면 황희찬(울버햄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사례처럼, 아예 고등학교 연령의 어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1월 잉글랜드 울버햄턴을 거쳐 스위스 그라스호퍼 유니폼을 입은 수원의 '슈퍼루키' 정상빈이었다. 2021년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친 정상빈은 곧바로 유럽 직행에 성공했다. 정상빈은 A대표팀에 선발된 적은 있지만, 특정 대회에서 특별한 활약을 펼친 적이 없다. 순전히 K리그에서 보여준 가능성만으로 유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권혁규와 오현규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아직 보여준게 많지 않지만,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들 외에도 광주FC의 엄지성, 울산 현대의 설영우, 강원FC의 양현준, 김천 상무의 조영욱, FC서울의 이태석 등 젊은 K리거들이 유럽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팀의 유스 시스템이 키워낸 걸작들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아직 '톱'을 찍은 적은 없지만, 가능성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는 선수들이다. '메이드 인 K리그' 재능들을 '최고의 무대'인 유럽이 주목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제 유럽행 성사까지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권혁규, 오현규 모두 유럽행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과 달리, 소속팀은 셀틱행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럽에서 온 오퍼 자체는 반기고 있지만, 애지중지 키운 선수를 한 시즌 반짝 활약만으로 보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실패사례가 많다는 것도 고민이다. 이적료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선수 영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셀틱 측과 일하고 있는 관계자는 "K리거들에 대한 재능은 인정한다. 하지만 영입이 너무 어렵다. 충분한 이적료를 제시했음에도 협상 테이블을 꾸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윗선에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답답해 했다. '괴물' 김민재(나폴리)가 월드컵 후 "한국에서 유럽 진출하는게 솔직히 쉽지 않다. 구단이랑 풀어야 할 것도 많고, 이적료도 비싸고. 내가 구단 입장이 아니라 함부로 말을 못하겠지만, 감히 한마디 하면 유럽에서 콜이 온다면 좋게 잘 보내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일본이 부럽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물론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과거처럼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를 보내주는 것은 이제 자리를 잡고 있는 'K리그의 산업화'와도 역행하는 길이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위해 더 많은 유럽 진출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증명했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 K리거를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이 분명 달라지고 있다. 잡으려는 구단과 나가려는 선수, 그 사이의 갈등이 더 많아질 수 있는만큼,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무작정 보내는 것도, 무작정 잡는 것도 답은 아니다. 유럽으로 가기 위한 '코리안 웨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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