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승리' 대대적 선전했던 북한, 연말 결산에선 '함구'한 이유는

양은하 기자 2023. 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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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22년 결산 보고에서 '방역 승리' 관련 언급 없어
백신 접종·국경봉쇄 해제 등 후속조치 미이행 고려했을 수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평양역에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 방역관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지난해 대대적으로 과시했던 '방역 승리' 성과가 정작 '연말 전원회의'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일 보도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보고'를 보면 2022년도 분야별 성과 결산에서 방역부문과 관련한 내용은 빠져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이었고 분명코 우리는 전진했다"라면서 당 강화, 국방력 강화, 대적 투쟁, 경제 건설, 문화 건설에서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비상방역체제'를 가동하고 90일 만인 지난 8월 '방역 승리'를 전격 선언했던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국가 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을 성공적으로 딛고 넘었다"며 코로나19 방역 승리를 간접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 4개월 동안 신문과 TV, 우표, 화보 등 각종 매체를 동원해 '방역 승리'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것과는 온도가 다르다. 신문은 지난달만 해도 김 총비서의 지난해 업적을 선전한 연재 기사에서 방역 성과를 크게 내세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 내 방역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다거나 경제 전반의 성과가 부진한 상황과 맞물려 방역 성과도 함께 과시되지 않은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방역 승리'를 선언했지만 10월부터 다시 전 주민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비상방역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실제 주민들이 일상에서 '방역 승리'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은 최근에도 거의 매일 강도 높은 비상방역을 주문하고 있고 특히 겨울철 들어서는 선전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등 방역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방역 승리' 선언 이후 백신 접종이나 국경 봉쇄 해제 같은 후속 조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 '성과 함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만경대를 방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 사람들 속에 형성됐던 항체역가가 10월경에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후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실시되고 있다는 우리 정보 당국의 첩보 외에 북한이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국경 봉쇄 역시 아직 일부만 완화된 상황이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오가는 화물열차와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운행하는 화물열차는 지난해 11월에 즈음해 운행이 재개됐다. 중국과의 해상 교류도 일부 열렸지만, 육로와 하늘길은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국경 봉쇄를 일부 완화한 것은 중러와의 정치적 밀착과도 관련이 있어 실질적으로 북한이 '외부에 대한 개방'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국경 봉쇄로 경제가 여전히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고 대외에 공개까지 한 '1호'의 지시 사항도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역 성과만을 앞세워 과시하는 것이 시점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어 보인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와 달리 방역이나 보건을 올해 과업으로도 제시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 내 방역 상황이 불안정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연말 대규모 경축 공연을 즐기는 등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은 지난해 8월 '종식 선언' 이후 재확산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경제가 부진했던 데에는 3년째 이어진 국경 봉쇄 영향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북중·북러 국경 개방을 확대하고 교류를 재개하는 데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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