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감튀'가 '재사용 용기'에…새해에도 佛 '순환경제 혁명'

파리=최경민 기자 2023. 1. 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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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다이어리]5. 2023년의 순환경제-①과일·채소 다음은 패스트푸드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새해부터 프랑스 맥도날드에서 새롭게 선보일 재사용 가능한 감자튀김 용기/사진=최경민 기자
맥도날드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색 감자튀김 케이스. 플라스틱 재질이 코팅된 종이 용기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게 프랑스에서는 올해부터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로 바뀐다. 2020년 발효된 '낭비방지 순환경제법'(Loi anti-gaspillage pour une economie circulaire, 이하 순환경제법)에 따라 새해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현장 식사를 할 때 일회용 포장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마크롱도 주목한 '맥도날드 감튀' 변화
새해 새로운 규정 적용을 앞두고 파리의 패스트푸드점들은 발빠른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파리 마레지구 인근의 한 맥도날드는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지난해 12월들어 선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시범 케이스'로 미리 운영해본 것인 셈이다.

실제 해당 매장에서 '트리플 치즈버거 세트' 등을 주문해보니 감자튀김이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겨 나왔다. 음료수도 마찬가지. 식사를 한 후 수거함에 감자튀김 및 음료수 용기를 두고 가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면 이를 60도의 온수에서 세척을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도 최대한 쓰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해 프랑스 맥도날드의 포장 변화를 설명한 키오스크/사진=최경민 기자

새해부터 모든 프랑스의 맥도날드에서 이같은 서비스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 '르 피가로'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해당 시스템 구축에 1억 유로(약 1400억원)을 투자했다. 맥도날드 매장 내 키오스크에도 다음처럼 대대적으로 이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용기가 테이블에 제공됩니다. 매장 내에서 식사를 할 경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포장을 점진적으로 쓰는 것을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모두 함께 폐기물을 줄입시다."

맥도날드의 이같은 변화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주목한 부분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트위터에 맥도날드의 새로운 용기 사진을 공유하며 "주변을 둘러보라. 순환경제법은 단순히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프랑스에서 소비패턴을 바꾸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의 경쟁사 버거킹도 마찬가지다. 버거킹은 새해부터 새로운 재사용 가능 용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버거킹 측은 '르 피가로'를 통해 "이런 조치를 통해 평균적으로 한 매장 당 연간 약 1.9톤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샌드위치 업체 서브웨이는 재사용 가능한 컵, 샐러드 및 스낵용 상자를 새해부터 제공할 것이라고 '르 피가로'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주목한 맥도날드의 변화/사진=트위터 캡처
국가의 '비전' 앞세운 '플라스틱 제로'
변화를 이끄는 것은 역시 '순환경제법'이다.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사용량 20% 감축을 달성하고 2040년에는 아예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야심, 기업과 국민들의 의지가 모두 담긴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빨대·포크·컵뚜껑 등의 사용이, 2022년 대다수 과일 및 채소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됐다. 실제로 파리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거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플라스틱이 배제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물론 프라푸치노 종류도 종이컵에 담겨나온다. 플라스틱 빨대는 이미 파리 시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사과나 배처럼 딱딱한 과일뿐만 아니라, 토마토와 같은 물렁물렁한 채소를 마트에서 살 때 역시 종이 봉투나 퇴비화 가능한 봉지가 주로 제공된다. 한국의 마트에서 대부분 과일·채소가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있고, 마트에서는 비닐봉지가 거의 무한대로 제공되는 점을 생각하면 차이가 크다. 프랑스의 경우 과일과 채소의 약 37%가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채 판매돼왔었다고 하는데, 이 법으로 인해 연간 10억개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프랑스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 후속으로 올해부터는 패스트푸드점 현장 식사 시 일회용 용기 사용 금지가 이뤄지는 것이고, 이에 맥도날드·버거킹 등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를 택한 것이다. 2024년부터는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는 의료용품의 판매가 금지되고, 2025년부터는 신형 세탁기에 플라스틱 미세섬유 필터 장치 장착 의무화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2023년까지 플라스틱병 재활용율 75% 미달성 시(현행 50%) 플라스틱병 보증금제 실시 △2030년까지 400㎡(121평) 이상 규모 슈퍼마켓의 경우 최소한 20%의 공간을 고객이 직접 무게를 재고 포장해가는 '벌크타입'으로 구성 등의 법 조치도 시행된다. 이렇게 프랑스의 '순환경제 혁명'은 국가가 제시한 비전 아래서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울토마토에서 보이는 파리 마트(왼쪽)와 서울 마트(오른쪽)의 '소비패턴' 차이. 파리는 종이 위주고, 서울은 플라스틱 위주다./사진=최경민 기자


파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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