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혐오에 갇힌 당신에게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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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가장 '정치적'인 문제마저 '정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다.
정치란 뭔가 더럽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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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발견〉
박상훈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가장 ‘정치적’인 문제마저 ‘정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의 덜컹거림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치 그 자체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정치가 도대체 뭐지?
이 질문에 답하기 가장 좋은 입문서가 〈정치의 발견〉이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정치인과 정치인 지망생들에게 한 강의를 엮었다. 2011년 출간돼 2015년 개정 3판이 나왔는데, 지금 읽어도 위화감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이해되는 방식이 왜 잘못되었는지 구어체로 짚는다. 아름다운 문장이 많아서 밑줄을 여러 번 긋게 된다.
책을 읽고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먹은 느낌이었다.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력한 수단”으로 정치를 바라보게 됐다. 정치 혐오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랄까. 정치란 뭔가 더럽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치·정당·정치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나 대책 없는 야유가 사실은 민주주의를 향한 공격일 때가 많다는 것”을 그가 이해했으면 한다.
주변에 20대가 있다면 닥치는 대로 선물하고 싶은 책이지만, 사실 이 책은 노동조합·시민단체·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하려는 사람, 혹은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낫게 바뀌길 바라는 ‘진보 성향 시민’에게 가장 소구력이 클 책이다. 민주주의 내에서 결과를 만들어내기보다 저항과 운동의 논리를 앞세우고, 권력이나 타협을 죄악시하며, 지나치게 비장하고 확신에 가득 차서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성찰조차 잊어버린 진보 안의 반(反)정치주의를 돌아보게 만든다. 정말로 변화를 원한다면, 어쩌면 세상을 선악 구도로 바라보지 않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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