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대세" K-화학기업, 경제위기에도 친환경 승부수

김도현 기자 2023. 1. 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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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맞선 K-기업들] 2-정유·화학 ② 화학기업들의 친환경 미래 전략

[편집자주]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 상황은 어느때보다 어둡다. 퍼펙트스톰(복합 경제 위기) 앞에 소비, 투자, 생산, 수출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이다. 그 선봉에 기업들이 있다. 희망의 2023년, 산업 현장을 찾아 위기 극복의 해법을 모색한다.


화학업계의 친환경 투자 행보가 올해도 흔들림 없이 진행된다. 호·악재가 동시에 점쳐지는 등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한 해를 시작하게 됐지만, 거스를 수도 늦출 수도 없는 변화의 흐름에 부응해 친환경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화학기업들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이 겹쳤다. 상반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 극심했고, 하반기에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판매 부진에 휩싸였다.

업계는 부침을 겪으며 기회를 모색했다. 친환경 신규 전략을 수립·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가깝게는 2027년부터 멀게는 2062년에 이르는 중장기 계획이 속속 발표됐다. 작년과 같은 악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전년 대비 기저효과와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반사이익의 기대감 속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대장정의 첫발을 떼는 데 주력한다.

LG화학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글로벌 모든 사업장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추진한다. LG화학은 2020년 화학업계를 넘어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RE100을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자원 선순환 생태계 보호 및 책임감 있는 공급망 관리를 위해 폐플라스틱·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과 원재료 공급망의 투명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으며, 올해부터 관련 정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삼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창사 50주년을 맞아 이보다 한층 강화된 '2062년 올 타임 넷제로'를 선언했다. 1972년 창사부터 100주년이 되는 2062년까지 배출된 탄소를 0(제로)으로 수렴하는 넷제로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관련 계열사들을 주축으로 청정에너지 공급과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는 도시유전 등 순환 경제 구축에 사활을 건다.

롯데케미칼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에 주력한다. 지난해 2030년 연 50만톤, 2050년 연 260만톤 이상의 CCU를 계획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방침이다. 현재 전남 여수1공장에서 CCU 실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플라스틱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을 위해 2030년까지 100만톤 규모의 재활용 제품을 생산한다는 복안이다.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경쟁사보다 10년 앞선 204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했다. 태양광·수소 등을 통해 넷제로의 85%를 충당한단 계획이며, 설비 효율화와 CCU 활용을 통해 나머지 15%를 보완한다. 큐셀부문의 경우 유럽을 넘어 북미·호주·유럽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넓힌다. 태양광 설계·조달·시공(EPC)이 가능한 종합사업자로서 역할을 강화한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룹 신성장동력을 위한 6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기존 핵심사업 고도화에 3조3000억원을, 이에 버금가는 2조7000억원을 친환경 역량 강화에 쏟는다. 눈앞의 수익성 확보와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로 평가된다. 다소 주춤했던 실적 흐름 속에서도 해당 투자를 차질 없이 이행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도 힘을 보탠다. 지속가능한 석유화학 육성계획을 수립해 친환경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대를 추구한다. 현재 로드맵 구상이 완료됐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지원 방안이 1분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로드맵에는 석유화학산업 매출 규모를 2030년 150조원, 2050년 170조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2050년 친환경 연료 사용 비율을 37%로, 1조원 이상 정밀화학 기업을 20개로, 플라스틱 부가가치율을 37%로 높인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생산·수송·유통·폐기 등 제품이 생산되는 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측정하는 '탄소발자국' 제도가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라면서 "지금으로선 가늠할 수조차 없는 환경규제가 속속 생겨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이를 유통·판매하는 고객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기업들도 친환경 투자를 서두르게 되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이 과정에서 전보다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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