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이상향 속 ‘깡충깡충’ 뛸 준비 되셨나요

김여진 2023. 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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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새해, 꽃과 함께 피어난 토끼 한쌍이 춘천의 한 미술관에서 밝고 또렷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찬란하게 빛나는 영동 풍경 속에 새해 희망을 품고 환희하는 토끼 한 쌍"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관동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 넘실대는 강원의 산과 바다가 관람객 각자의 경험 아래 다시 그려진다.

  자연의 빛과 상상 속 색채를 함께 머금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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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최윤정 개인전 ‘관동유랑’
29일까지 춘천 이상원미술관
계묘년 맞아 토끼 소재 회화 등
영동 진경산수 초현실작품으로
평화로운 공존의 이상적 세계관
▲ 최윤정 작, ‘깡총깡총’

2023년 계묘년 새해, 꽃과 함께 피어난 토끼 한쌍이 춘천의 한 미술관에서 밝고 또렷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강릉 출신 최윤정 서양화가의 개인전 ‘관동유랑(關東流浪)’이 춘천 이상원미술관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금강산 자락과 동해안 등 영동지역 풍경을 독자적 감수성으로 캔버스에 담아 온 작품들이 펼쳐진 공간이다.

2020년 시작한 ‘관동산수’ 시리즈의 평면, ‘관동유람’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들이다. 채도를 낮춘 파스텔톤의 몽환적 색채 속에 삼척 죽서루, 강릉 안반데기 등이 환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안정감을 주는 수평적 구도는 편안함을 안긴다.

▲ 작품 속 토끼를 확대한 모습

특히 새해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깡총깡총’. 한 쌍의 토끼가 국화 모양 꽃송이 위에 양 옆으로 앉았다. 계묘년을 맞이하며 그린 작품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영동 풍경 속에 새해 희망을 품고 환희하는 토끼 한 쌍”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희망을 전하는 동물은 토끼 뿐이 아니다. 작품 ‘대관령 호랑이’ 속 호랑이와 그 위 개구리를 비롯,곰·사슴·고양이·사자·얼룩말·코끼리 등이 오색찬란한 빛깔로 관객을 맞이한다.

현실과 비현실, 서양화와 동양화 사이 어딘가의 동물 군상을 통해 온화한 판타지적 세계가 만들어졌다. 야생을 표현하면서도 공존하기 어려운 종들이 함께 하는 이상적 세계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사라지고, 평화적 공존이 이뤄진 유토피아가 떠오른다.

강원을 대표하는 이상향의 공간이자 생활의 터전, 쉬어가는 장소… 저마다의 이유로 관동의 산수를 즐겨온 이들에게 색다른 감상을 안기는 이유다. 관동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 넘실대는 강원의 산과 바다가 관람객 각자의 경험 아래 다시 그려진다.

 

자연의 빛과 상상 속 색채를 함께 머금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속에 스며든 동물들의 환영은 불안을 물리쳐 주는 듯 느껴진다. 반짝이는 빛과 별, 꽃, 무지개 등의 도상들이 그런 느낌을 극대화하고, 핑크 등 따뜻한 색조도 한 몫한다. 서프보드를 닮은 타원형 캔버스, 4·5단 병풍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도 감상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평단에서도 현실적 풍경을 전제로 이상적 세계관을 그려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관동을 대상화한 ‘진경산수’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스스로 해석한 화사한 색감 화면 분할로 자신만의 변주를 해 냈다는 것이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몽롱한 초현실적 풍경을 통해 각박한 현실 속에 도드라진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들을 잠시나마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며 “공존의 세계관을 함유한 연작을 통해 스스로의 명상은 물론 치유를 전한다”고 했다. 최영희 도문화재위원은 “투명한 색을 겹겹이 쌓아올려 더욱 부드럽고 밝은 색을 만들어 내는 채색방법이 오랜 삶의 경험과 감정들을 감싸안은 관동의 진경에 참 적절하다”고 평했다.

▲ ‘대관령 호랑이’.

최 작가는 작품 ‘깡총깡총’에 대해 다음 설명을 덧붙였다. “꽃이 피고 지듯 매일 반복된 일상에서 마주하는 날들이지만 멈추지 않았기에 새로운 시간과 마주하고 다시 희망의 꽃을 피웁니다. 긴 코로나 시기를 지나 부지런히 걸어온 발걸음이 2023년을 맞아 유쾌하게 뛰며 기쁨의 발돋움을 하기를 바라봅니다. 깡총깡총! 모두 일상의 환희 속에서 뛸 준비 되셨는지요?”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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