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겨울 전쟁

최동열 2023. 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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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겨울 전쟁은 이처럼 상상 이상으로 혹독하다.

핀란드 침공은 아예 이름 자체가 '겨울 전쟁(Winter War)'으로 명명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겨울 참호전으로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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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하필이면 그 혹한기에 난리가 났다. 추위에 단련된 북방의 오랑캐는 강물이 얼어붙는 때를 택했다. 1636년 12월, 청군(淸軍)은 압록강을 건너 한양을 향해 무인지경으로 내달렸다. 병자호란의 시작이었다. 인조 임금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길을 기어올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전쟁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짚으로 엮은 가마니가 방한복이 되고, 군마(軍馬)를 잡아먹는 형편이 됐다. 사면초가. 동사자가 속출하고, 임금도 동상에 걸렸다. 고립무원 산성에서 추위와 적군의 공세에 떨던 임금은 45일 만에 한강 나루 삼전도에서 오랑캐 수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1950년 겨울, 개마고원 장진호(長津湖).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곳에 영하 30∼40도 최악의 한파가 들이닥쳤다. 10배나 많은 중공군에게 포위된 미(美) 해병 1사단 장병들에게 적군보다 무서운 것은 추위였고, 중공군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눈밭에 시체가 켜켜이 쌓이는 2주간의 육탄전 끝에 연합군 측 1만7000명, 중공군 측 4만8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얼어 죽은 동사자와 동상으로 불구가 된 병사가 실제 전투 사상자보다 훨씬 많았으니 혹한 속 참상을 실감할 수 있다.

겨울 전쟁은 이처럼 상상 이상으로 혹독하다. 유럽은 그 참상을 수차례 경험한 곳이다. ‘동장군(冬將軍)’이라는 말은 1812년 러시아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의 60만 대군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궤멸당한 후 나온 말이다. 히틀러의 나치도 1941년 소련을 침공했다가 무시무시한 추위에 혹독하게 당했고, 1939년 핀란드를 침략한 소련군도 악몽을 경험해야 했다. 핀란드 침공은 아예 이름 자체가 ‘겨울 전쟁(Winter War)’으로 명명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겨울 참호전으로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서방은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무기를 대주고, 푸틴은 물러설 뜻이 없으니 전장의 병사와 시민들만 생지옥이다. 토끼가 지혜를 짜내듯 이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참호 속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해법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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