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과학자는 왜 호주로 갔나…글로벌 트렌드 된 '혼소 발전'

황덕현 기자 2023. 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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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패권, 호주는 지금] ②가정집도 수소 혼입 혼소가스 사용
화석연료·온실가스 줄여…미국·EU·일본도 기술연구·투자 적극

[편집자주] 2010년대 전세계 석탄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세계적 에너지 강국을 자임해온 호주가 체질을 바꾸고 있다. 지난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그린수소를 비롯해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재생 에너지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자연 환경에 더불어 정책·기술 전환을 통해 21세기 아태 지역 에너지 패권 국가로 체질을 개선 중인 호주의 현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청사진을 찾아봤다.

서호주주(州) 에너지 기업 ATCO는 기존 LNG에 10%의 수소를 혼입한 혼소가스를 지난해 12월 가정과 사업체 등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호주 워클리재단·ATCO 제공) ⓒ 뉴스1

(퍼스(호주)=뉴스1) 황덕현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갈고닦은 탐사 시스템 개발과 로봇 기술은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원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과 국제적인 수소, 암모니아 사업을 통해 혼소 사업 등 중장기 사업을 2050년까지 추진할 계획입니다."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의 제이슨 크루잔 부사장은 지난해 11월말 서호주주(州) 퍼스에서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이슨 부사장은 NASA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전기 공학자 출신이다. 유인 우주선과 국제 우주 정거장(ISS) 등 우주 탐사 시스템을 개발해온 그는 호주를 기반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신에너지 부문을 이끌며 호주는 물론 미국 오클라호마주나 세네갈 등에서 암모니아나 태양광을 활용한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혼소' 활용이다. 생산한 수소를 화력 발전의 원료인 천연가스(LNG) 등에 섞어서 쓸 경우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샌더스 우드사이드 에너지 H2 매니저(맨 왼쪽)와 제이슨 크루잔 부사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11월 뉴스1과 인터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호주 워클리재단 제공) ⓒ 뉴스1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혼소 사업은 호주 에너지 기업 대부분이 추진 중이다.

앞서 언급한 우드사이드는 서호주주(州)에서 신규로 추진 중인 H2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300만톤의 암모니아를 생산할 계획이다.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화학 과정을 통해 수소를 추출해 쓸 수 있으며 저장·운반도 수소보다 쉽다. 마크 샌더스 H2 퍼스 매니저는 "300만톤의 암모니아를 20% 혼합할 경우 화력발전소 1개에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매년 20%씩 LNG를 덜 쓸 수 있고, 탄소 배출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기업 ATCO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LNG에 섞은 혼소 가스를 벌써 일반에 공급 중이다. 이 혼소 가스는 지난해 12월 약 3000가구에 시범 공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10% 수소를 혼입한 혼소 가스가 가정용 오븐 레인지나 보일러, 식당 화덕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스티븐 그린 ATCO 회장은 이를 통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메탄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6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온실가스'로 꼽히는 메탄의 단기적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스티븐 회장은 ATCO가 수소 혼소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혼소량을 단기적으로 13%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TCO는 향후 서호주주 내 고객사 80만곳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수소 혼소 기술을 첨단화할 전망이다.

수소 혼소 발전은 글로벌 트렌드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1조6000억원의 수소 기금 중 11%를 수소 혼소 터빈 발전 R&D에 배정하고 지난 2021년 11월부터 실증 연구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에서도 LNG 발전의 단계별 연료 전환과 수소터빈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발전 연료용 수소를 최대 3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대구세계가스총회(WGC) 개회식에 참석, 한국가스공사 전시장에서 LNG-LH2 하이브리드 인수기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호주와 같은 혼소 발전이 시도되고 있다. 일례로 한화임팩트는 지난 2021년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 미국 PSM의 지분을 100% 인수해 수소혼소 발전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한화임팩트 측은 수소 35%를 혼합환 혼소 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목표처럼 올해 중으로 기존 LNG 발전시설의 개조를 완료할 경우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수소 혼소 발전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전력, 발전 공기업 등 관계 기관은 오는 2030년까지 암모니아 20% 혼소 발전을, 2035년까지 수소 30% 혼소 발전을 상용화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단기적으로 석탄에 혼소되는 암모니아로 22.1T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2050년에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터빈을 개발·상용화해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13.8~21.5%를 전원(에너지원) 믹스하는 게 목표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호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한호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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