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내용 '업글' 리커버판 인기···책도 '새 옷'이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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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출간된 저서의 표지와 제목을 갈아 새로 출판하는 '리커버판'이 출판계 불황 타개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선 믿을 만한 저자의 검증된 책을 새로 손질해 내는 것이 신간을 쏟아내는 것보다 안전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단순히 책 표지만 바꾸는 것은 마케팅적 요소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독자를 유치하려면 트렌드에 맞춰 과거 텍스트를 재해석하거나 개정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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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분석 전문의인 김혜남 작가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2015년 책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의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다. 일부 내용을 추가하면서 표지와 제목을 바꿨다. 2008년 작가의 또 다른 책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에서 당시 30대들이 힘을 얻었듯, 10여 년이 지난 지금 마흔 살이 된 독자들을 위한 말들을 덧붙였다. 노력에 부응하듯 40대 여성 독자층의 판매가 두드러진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2년 12월 4주차 베스트셀러 종합 2위를 차지한 ‘만일 내가 다시 인생을 산다면’의 판매 비중은 40대 여성(25.0%)이 가장 높다.
#2.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단행본 출간 2개월여 만에 이미지 확장판을 냈다. 기존 책보다 두 배 이상 큰 판형에 이미지 컷 수를 다섯 배 이상 수록한 확장판이다. 제목도 ‘인생의 허무를 보다’로 바꿨다. 공간적 제약으로 단행본에 싣지 못한 도판과 해설을 보강했다. 사회평론의 최세정 편집자는 “저자의 팬들이 소장할 수 있을 만한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책”이라면서 “단행본에 못 실었던 도판 설명을 싣고, 소식의 ‘적벽부’ 해설도 풍부하게 들어가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출간된 저서의 표지와 제목을 갈아 새로 출판하는 '리커버판'이 출판계 불황 타개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선 믿을 만한 저자의 검증된 책을 새로 손질해 내는 것이 신간을 쏟아내는 것보다 안전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커버판은 책의 평판이 이미 알려져 있어 새로운 독자를 유입시키기에도 좋고, 기존 독자들에게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최근 수년간 검증된 작품들의 리커버판은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달)는 노란색 표지만 검은색으로 바꾼 블랙 에디션이 큰 인기를 끌었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도 크리스마스 버전과 바캉스 버전 등을 냈다. 올 들어 경제 위기로 출판계의 시름도 커지는 터라, 리커버판이 리스크를 줄이는 대안으로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다.
리커버판은 단순히 표지만 갈아 끼우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단계다. 2018년 10월 출간된 정신의학과 전문의 정혜신의 심리 에세이 '당신이 옳다'도 최근 5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냈다. 전이수 동화작가의 작품 '괜찮아 2'가 실린 표지도 새롭지만, 독자들의 리뷰를 책 앞에 넣은 점이 더 눈길을 끈다. 리뷰에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고개를 드는데 깜깜했던 제 앞에 커다란 철문 하나가 덜커덩 열리는 것 같았다"(최민선), "진짜 나를 안아 줄 수 있었다"(김수진) 등 이 책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트라우마 치유라는 책의 의미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리커버판의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불편한 편의점 40만 부 기념 벚꽃 에디션'(4위), '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6위), '원씽 리커버 특별판'(9위),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화이트 에디션'(13위) 등 다수의 리커버판이 상위권에 올랐다. 과거엔 100만 부 기준으로 나왔던 리커버판은 이제 5쇄나 10쇄 기준으로도 나오는 등 출판사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추세다. 다만 리커버판이 베스트셀러를 재포장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우려먹기'라는 인상을 줄 소지도 없지 않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단순히 책 표지만 바꾸는 것은 마케팅적 요소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독자를 유치하려면 트렌드에 맞춰 과거 텍스트를 재해석하거나 개정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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