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70년 美 이미지는... "비즈니스 관계" "갑질" "고마운 존재"
편집자주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한미동맹이 시작됐다. 올해 동맹 70년을 맞아 한국일보는 신년기획으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와 인터넷 웹조사, 심층면접인 포커스그룹인터뷰(FGI)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한미동맹 70년을 거치면서 미국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 결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63.8%)’는 필요성에 전 세대가 공감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를 양분했던 자주와 동맹, 반미와 친미의 이분법은 깨졌다. (본보 1월 2일자 1·2·3면 '신년기획 한미동맹 70년 국민인식조사' 참고)
이처럼 국민 여론이 대체로 한미동맹의 가치에 공감하고 비교적 미국을 신뢰하지만 각자의 경험에 따라 인식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짚어내고자 5개 집단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인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했다.
FGI에 앞서 세대를 △2030 △4050 △60대 이상으로 나눴다. 또한 동맹 70년 역사에서 과거와 현재 모두 미국을 긍정적(부정적)으로 인식한다면 ‘일관 친미(반미)’, 과거에는 미국의 역할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긍정적으로 평가가 바뀐 경우에는 ‘친미 전향’으로 구분했다.
2일 FGI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4050세대 일부를 제외하면 응답 그룹 모두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반미 의식은 찾기 힘들었다. 대신 미국을 향한 긍정적·부정적 이미지가 혼재돼 있는 가운데 동맹 미국과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면서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특히 2030세대에겐 강렬한 반미시위의 기억 자체가 없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민주화 이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이 사건, 광우병 논란 등의 사건이 있었지만 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패권국 미국의 압도적 힘과 매력적인 문화가 익숙하다. 다만 ①‘2030 친미 전향’ 그룹은 한미관계를 ‘비즈니스’로 규정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중국 위협론’에 동의하지만 한미동맹이 한중관계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②’2030 일관 친미’ 그룹은 미국과의 동맹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에게 이익이라며 평가가 후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는 경계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보듯 트럼프 정부나 바이든 정부의 본질은 똑같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민주화 과정을 생생하게 겪은 4050세대는 아직 반미 정서가 남아 있는 그룹에 해당한다. 독재정권 너머로 미국의 그림자가 중첩돼 있던 시기를 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세대 내에서도 분화는 일어나는 중이다. ③’4050 일관 반미’ 그룹은 여전히 미국의 행태를 ‘갑질’, ‘내로남불’이라고 혹평했다. 심지어 미국이 진정 우리에게 우호적인지 되물었다. 동맹의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도 나왔다. 반면 ④’4050 친미 전향’ 그룹은 한미동맹의 목적은 상생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반미감정이 여전히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지만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 위협 때문이라도 한미동맹은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다.
⑤’60대 이상 일관 친미’ 그룹에게 미국은 고마운 존재다. 대한민국 발전에 끼친 미국의 영향력에 호의적이고,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다만 맹신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실용적 동맹을 원했다.
요약하자면 2030세대는 과거 친미였든, 반미였든 지금은 한미동맹에 우호적인 인식이 대세다. 반미정서가 강했던 4050세대도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그룹이 생겨나면서 분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전통적으로 친미 성향이었던 60대 이상은 여전히 미국에 대한 호감과 기대가 높다. 다만 과거 '맹신적 동맹'에서 '실용적 동맹'으로 업그레이드 된 게 눈에 띈다. '미국은 절대선'이라는 맹신이 빠져나가고 전세대를 걸쳐 합리적 동맹관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70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재평가가 이뤄지는 중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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