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는 AI·로봇에 있다… 청년에게 기업가 정신 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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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472억달러(약 60조원)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덮쳤던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계속되는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새해를 맞은 한국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워싱턴DC의 산업·기술정책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 회장은 “10~15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자동화 설비처럼 한국이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고성장을 위한 기업가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앳킨슨 회장은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유능한데 한국이 기업가적(entrepreneurial)이지 않은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문화가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 같은데,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의 전문 분야인 정보 기술, 첨단 기술에 기반해 2023년의 경제를 전망해달라.
“상당한 규모의 외국 투자가 미국 경제로 흘러들어오고 있어 미국 경제는 좀 더 나은 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상당히 파괴적이었던 공급망 경색이슈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기술 산업의 엄청난 붐은 코로나와 일부 관련이 있었다.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생명공학 분야는 물론이고 다른 기술 산업도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일하고 상거래를 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 그런 현상이 줄어들면서 일부 기술 기업에서 감원이 시작되고 있다.”
-IRA를 언급했는데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돼 한국에서는 큰 논란이 됐다.
“1980년대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미국은 이른바 ‘일본의 침투’를 정말로 우려했다. IRA와는 좀 다르지만, 미국은 ‘만약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엄청난) 제약과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러자 도요타나 혼다 같은 많은 기업이 (미국 정책에) 순응했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일본 기업들을 더 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 특히 자동차 기업이나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있어서는 이런 것이 한국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대기업을 갖게 되면 그 기업들은 세계 전역의 국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더 강해져 한국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을 보자면 미국은 지난 2021년 총 1조달러가 넘는 상품 무역수지 적자를 봤다. 매년 미국은 한국에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이 이런 일을 영원히 할 수는 없다.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IRA가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보고 있는 적자를 줄일 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이다. 2년 후에도 한국은 여전히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인 중에는 여전히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사람도 많다.
“어느 나라 기업인이든 13억 소비자를 보면 눈이 돌아간다(going crazy). 그런 점을 이해한다. (한국이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기술의 최정점에 있어서 중국의 목표는 다른 누구도 정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앞으로 10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20년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현대·기아차는 어떨까? 잘 모르겠다. 중국의 목표는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외국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인들이 앞으로 3~5년을 생각해 (중국 진출이라는) 현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만약 10~15년을 내다본다면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디스플레이 같은 소비재 가전 시장을 중국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강화하려는 첨단 산업을 보면 한국이 강한 분야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은 인구 고령화·저출산 문제도 안고 있다. 새롭게 육성할 산업으로 무엇을 추천하나?
“한국의 가장 취약한 분야이자 가장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AI다. 한국은 전기, 기계공학에 매우 강하다. 하지만 한국 대학의 소프트웨어나 AI 관련 랭킹, 학술 논문의 숫자, 소프트웨어 과학자나 공학자 숫자 등을 보면 인구 1인당이든 순수 국내총생산(GDP) 기반이든 미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래 세계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의 깊은 통합으로 이뤄질 것이다.
두 번째로 로봇공학과 자동화 설비에 한국의 진정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많은 것이 로봇화될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고 앞으로 20년간 부양할 고령 인구 비율이 늘어날 국가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세계 선두의 로봇 사용 국가가 어딘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한국이다. 고성장을 위한 기업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한국은 대체로 많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가적이지 않다. 그것이 도전 과제다.”
-한국 고교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은 공대를 가지 않고 의대를 간다. 그런 것이 문제일까?
“아이들이 엔지니어가 되더라도 삼성이나 LG처럼 안정적인 곳에 취직할 것이다. 그래서 문화를 바꿀 방법이 필요하다. 15년 전에 스웨덴이나 핀란드 당국자들을 만나면 자국이 기업가적이지 않다고 한탄했다. 모두 볼보나 지멘스나 에릭슨 같은 곳에 취직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나라 정부들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젊은이들이 창업을 고려하도록 독려했다. 미국도 30년 전에는 대학에 창업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미국 대학에만 250개 이상의 창업 프로그램이 있어서 학생들이 어떻게 기업가가 되는지 배울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이 이런 비슷한 것이라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 대통령이 연례 기업가정신상(Entrepreneurship Award)을 만들고 누군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서 ‘여기 최고의 기술 기업가 3명이 있다’는 식으로 소개하며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앳킨슨
워싱턴DC의 과학기술 정책 전문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창립자 겸 회장.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내 미·중 혁신 정책 전문가 그룹의 공동 의장을 지냈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국가교통인프라재무위원회 의장,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신경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도시·지역계획학을 전공해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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