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핵우산 한계 지적 尹대통령, 더 창의적 해법 찾아야

조선일보 2023. 1. 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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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본지 인터뷰에서 “과거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 소련·중국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한국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정도로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핵우산과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들의 핵무장 도미노를 막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동맹이 핵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 핵으로 보복한다는 게 핵우산이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핵무기에 더해 재래식 전력까지 동원한다는 게 확장억제다.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는 수십년간 동맹국을 보호해온 주요한 억지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 한계 역시 뚜렷하다. 북한은 미 본토 주요 도시 2~3곳을 동시에 핵 타격할 다탄두 ICBM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북이 이것을 손에 쥐게 되면 미국은 북한에 핵 보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자국민의 막대한 희생 가능성이 1%만 돼도 한국을 위해 이를 감수할 미국 대통령은 한 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이미 수십년 전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핵공유 수준의 대비책을 세워둔 이유가 무엇이겠나.

미국 핵우산의 또 다른 문제는 장차 미국과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하게 될 때 한국의 안보 이익이 무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핵우산 아래에서 아무 준비도 못 한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안보 희생을 요구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한·미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자신의 핵에 한국이 접근하는 것조차 막아왔다. 윤 대통령 말만으로는 미국의 이 기본 입장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미국에 변화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핵의 고도화는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그 실현 가능성이 너무 낮아 비현실적으로 돼버렸다. 이제는 북핵 대응의 목표를 비핵화에서 완벽한 핵억지로 선회할 때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나머지 말들은 모두 거짓이다. 한미 연합이든, 한국 독자든 핵억지력이 생기면 바늘구멍 같던 비핵화의 문이 비로소 열릴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강한 의지와 창의적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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