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책상 위 팻말 ‘The Buck Stop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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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나라 환공은 늘 의자 오른편에 희한한 술독을 놔뒀다. 술이 비면 비스듬히 누웠다가 절반쯤 차면 똑바로 서고 가득 차면 다시 누웠다. 죽은 환공을 조문한 공자가 술독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다 배웠다고 교만하면 반드시 화를 부른다.” 공자는 같은 술독을 만들어 옆자리에 두고 교훈으로 삼았다.
▶중국 후한의 학자 최원은 형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원수를 갚은 뒤 오래 도피 생활을 했다. 겨우 사면을 받아 돌아온 그는 과오를 뉘우치며 언행의 경계를 삼는 글을 지어 책상(座) 오른쪽(右)에 새겨넣었다(銘). ‘남의 허물 말하지 말고/자기 자랑 하지 마라/남에게 베푼 것 마음에 두지 말고/은혜를 받았으면 잊지 마라…’ 청나라 옹정제는 ‘위군난(爲君難·군주가 되는 길은 어렵다)’이란 좌우명(座右銘)을 새겼다.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장교 선발 면접에서 “졸업 성적이 몇 등이냐”는 질문에 “820명 중 59등”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해군 제독은 “그게 최선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충격을 받은 카터는 이를 성찰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의 자서전 제목도 ‘Why not the best’였다. 미국 독립 주역인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받은 편지 한 통이 평생의 십계명이 됐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자신이 할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마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항상 ‘The Buck Stops Here’라는 팻말을 뒀다. ‘책임을 떠넘길 곳이 없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미였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일본에 원폭 투하나 6·25 파병 결정 때도 이 문구를 보았다. 원래 ‘Buck’은 숫사슴이란 뜻인데 카드 게임 때 딜러에게 사슴뿔 칼을 넘겨주는 전통에서 ‘책임’이란 뜻이 생겼다. 영어로 ‘Pass the buck’은 책임을 전가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보니 집무실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 팻말이 놓여 있었다. 그는 대선 때 ‘집무실 책상에 두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고 “내 책임을 잊지 않고 일깨워 줄 트루먼의 문구가 좋을 것 같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말을 바이든 미 대통령이 들었는지 방한 때 그 팻말을 선물로 가져왔다고 한다. 당선인 때는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다. 많은 사람과 의논하겠지만 결정의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팻말에 새긴 초심을 끝까지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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