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절반 “지지정당 다른 사람과는 연애도 결혼도 힘들어”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2023. 1. 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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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 [1] 젠더·세대 갈등보다 더 심각한 이념 격차

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가 실시한 신년 기획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간 정치적 입장 차이, 즉 이념 갈등이 커서 사회가 불안하거나 위험한 수준이란 응답이 70%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갈등의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다. 국민의 절반가량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 또는 술자리가 불편하다’고 했고, ‘본인 결혼이나 자녀 결혼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야(與野) 지지층 간 정서적 거리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조사 결과다.

전국 18세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에 대한 견해 중 어떤 주장에 가장 공감이 가는가’란 질문에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다소 커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가 48.8%,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사회에 위험한 수준이다’는 18.5%였다.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견해가 67.3%란 것이다. 반면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거의 없다’(2.7%) 또는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24.7%) 등 이념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27.4%에 그쳤다.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보수층(72.2%)과 진보층(70.7%) 모두 70% 이상이었고 중도층도 67.9%에 달했다.

이 조사에선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 또는 술자리가 불편하다’는 응답이 40.7%로 절반에 육박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본인 또는 자녀의 결혼’에 대해서도 ‘불편하다’가 43.6%였다.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 결혼 관계를 맺는 게 ‘불편하다’는 응답은 여야 지지층 모두 각각 44.5%와 47.9%로 비슷했다. 성별로는 남성(36.9%)보다 여성(50.2%)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49.3%)에서 가장 높았고 70대 이상(33.3%)에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선 지지 정당이 같으면 데이트 상대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매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우리도 정치 성향이 가족과 교우 관계에 점차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을 성(性), 고향, 세대, 경제적 지위 등이 다른 사람에 비해 평소에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문별로 불편한 상대를 물어본 항목에서 ‘고향이 다른 사람’ 7.1%, ‘성별이 다른 사람’ 16.8%, ‘세대가 다른 사람’ 21.5%, ‘경제적 지위 다른 사람’ 26.7% 등에 비해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높았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성, 지역, 세대, 경제 계층 간 갈등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다.

최근 여야 지지층이 각자의 ‘진영 논리’가 강해지면서 서로 합리적인 토론이 어려워지는 것은 이처럼 지지 정당이 다른 집단을 불편해하고 동질적인 집단 내 교류만 늘어나는 것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유유상종’이 심해질수록 어떤 의견의 타당성보다는 ‘어느 편이냐’는 소속감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정치·사회 이슈의 대화 상대가 평소 입장이 같은 사람에 집중되고 있다”며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념 갈등의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 26~27일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사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은 2022년 1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로 인구 비례 할당 후 가중치를 부여해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7%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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