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모두를 위한 무임승차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며칠 앞둔 지난주 경북 청송에서 나온 작은 뉴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송군은 올해부터 모든 농어촌 버스에 대한 전면 무료화 방침을 밝혔는데 연령이나 소득, 거주지 상관없이 누구나 버스를 무료로 타는 게 가능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인구 2만4000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지방소멸을 막고 관광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버스 정책은 경기 화성시를 비롯해 안산시·안성시·의왕시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경북 역시 올해 일부 지역에서 만 70세 이상 노인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버스 무료 탑승을 실시한 후 2025년부터는 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안을 세운 상태다.
지역의 이 같은 소식과 달리 현재 서울·인천·부산·대구 등 대도시에선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분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당 지자체들이 연내 큰 폭의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4년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65세 이상 비율이 전체 국민의 3.8%에 불과해 예산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고령인구가 2017년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유엔이 정의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한국 사회는 2년 후 전체 인구 중 노인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재원 분담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각 도시철도공사의 손실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의 적자는 2021년 9957억원, 2022년 1조2600억원에 이른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 6개 기관의 무임손실액은 2019년 기준 6230억원으로, 전체 이용인원 중 무임승차 비중은 30%를 넘었다.
사실 이 문제는 세대 갈등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다분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해법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도시철도가 운영되는 특정 도시에서 노인 등 특정 계층만 이용하는 복지정책에 대해선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라면 특정 이용자에 대한 혜택은 축소해야 하며 무임승차 폐지, 연령 및 할인율 조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사회 전체의 편익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는 노인활동을 증가시켜 자살 및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의료비 절감, 관광 활성화 등 총 3361억원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반면 비용은 1859억원으로 비용편익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사회활동 증가가 가정의 안녕에 기여하고 지역사회·국가에도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해당 정책의 수혜자가 특정 계층을 넘어 사회 전체라면 비용도 지자체만이 아닌 사회가 나눠서 분담하는 게 옳을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현재 지하철 무임승차는 물론 지자체의 무상버스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교통복지에 대한 정의와 정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할 것이다.
문주영 전국사회부장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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