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2023년 탄소국경세, 부울경이 위험하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2023. 1.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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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2022년 9월 6일, 슈퍼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이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물속에 잠겼다. 올 2월이 되어야 복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우리나라 산업시설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중대 사건이다.

이 기후위기가 지구촌의 경제 질서도 흔들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기후정책이 지구촌 힘겨루기의 중심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그럴까? 미국은 지난 8월 기후정책이 핵심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2030년까지 40%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3690억 달러(약 475조 원)의 예산을 결정했고, 북미(캐나다 미국 멕시코)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7500달러·약 1000만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뒤흔들었다. 북미에 전기차 공장이 없는 현대차는 보조금 명단에서 제외됐다. 작년 5월에 현대차는 2025년까지 2조 원을 투자, 연간 15만 대를 생산하는 국내 전기차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2023년부터 착공 계획이었고, 첫 전기차 생산지는 울산이었다. 2030년에는 전기차 144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 미국에 84만 대를 수출할 계획도 있었다. 이 계획들이 전부 무너지게 생겼다. 그런데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전기차 생산과 고용 계획은 발표 후 3개월 만에 무너졌다.

2023년은 어떨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탄소국경세)’가 새해 벽두를 달구고 있다. EU는 지난 12월 13일 의회, 집행위원회, 27개국 이사회가 탄소국경세 합의를 했다. 탄소국경세가 공식 발효되면 2023년 10월부터 EU로 수출하는 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한 온실가스 보고를 EU에 해야 한다. 2025년 이후에는 플라스틱과 유기화합물도 대상이다. 이 보고를 바탕으로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지난 12월 26일 정부 대외경제장관회의는 2021년 기준으로 EU에 우리나라 철강은 43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 알루미늄은 5억 달러, 플라스틱은 50억 달러, 유기화합물은 18억 달러를 수출했다고 발표했다. 탄소국경세가 적용되면 이 모든 품목의 수출길이 막힌다. EU는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유상할당을 2026년 2.5%에서 시작해 2031년 61%, 2034년 100%로 진행할 예정이다. 철강이 특히 문제다. 철강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단 2개의 기업만으로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량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온실가스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돌파구가 없으면 철강은 수출이 중단된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철강은 부산의 3대 제조업으로 2018년 수출액만 30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이고, 종사자는 1만1000명이라고 한다. 탄소국경세 대상인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수소 유기화합물이 부울경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부울경이 위험하다. 아울러 부울경이 대한민국 제조업 메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책이 있을까? 12월에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제철소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수소환원’ 공법을 개발, 2026년부터 실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EU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든 ‘그린수소’만 인정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그린수소는 얼마나 될까? 2021년 5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2020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197만 t의 수소 전량이 화석연료에서 만든 ‘그레이 수소’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이 수소로 만든 철은 100% 탄소국경세 부과대상이다. 미국도 2024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면 중국도 도입할 것이다. 기후정책이 급격하게 지구촌 경제와 무역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변방일 뿐이다.


2023년 부울경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부울경이 처한 위기를 적확히 파악하고 시민과 공유하는 것이 먼저다. 기후위기로 시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탄소국경세가 시행되는 2026년 1월까지 3년이다. 정부와 부울경 지자체는 미국, 유럽처럼 기후정책을 중심에 두고 탈탄소 전환의 시동을 걸어야 생존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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