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마스크 쓸까 말까?

손현진 동아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2023. 1.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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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동아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자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사실, 이 논의는 늦은 감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큰 파고를 한번 넘어섰던 2022년 하반기에는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다고 해서 언제나 어디서나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는 남을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우리는 병문안을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교훈을 얻었고 지금도 그 권고는 유효하다. 코로나19 대유행도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나를 보호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인지 교훈을 남길 것이고 의무 착용이 없어지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 교훈을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더라도 50%는 당분간 계속 착용하겠다고 했고, 25%는 때와 장소에 따라 필요하면 쓰겠다고 했다. 당장 쓰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25%에 불과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어 안타깝다. 영유아와 어린이의 마스크 착용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아주 소홀히 다루어왔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5세 이하 영유아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권고해 왔다. 영유아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효과보다 해로움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영유아의 언어, 행동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6세 이상 11세 미만 어린이도 유행 상황을 고려해서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이후를 논의할 때, 언제 어디에서 착용을 권고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영유아와 어린이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 예방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마스크를 왜 썼을까? 코로나19 유행 초기로 돌아가 보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보고되고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탔다가 깜짝 놀랐다.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그 모습이 너무 생경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마스크는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착용하라는 권고가 있었던 때이다.

이후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이 다 착용해야 한다는 권고로 바뀌게 되는데, 그 시작은 2020년 1월 마지막 날 발표되었던 한 논문이었다. 독일을 다녀간 중국인에 의해 독일에서 몇몇 사람이 감염되었는데 그 중국인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는 증상이 생긴 이후에만 전파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고 코로나19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었다. 증상이 없어도 전파가 된다면 대유행 가능성이 한층 커지기 때문에 이 논문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렇다면 마스크도 증상이 있는 사람만 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는 얘기가 된다. 큰일이었다. 하루에 마스크 5000만 개가 필요해진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는 지난 3년간 마스크를 써왔다.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몇 달 후에는 이제 내가 언제 어디서 마스크를 쓸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쓸까 말까 고민하기 전에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여기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둘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 누가 감염되었고 누가 감염되지 않았는지 전혀 모른다. 당연하게도 둘 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가장 예방효과가 크다. 그럼 둘 중 한 명은 안 쓰고 다른 한 명은 쓴 경우 누가 쓰는 것이 효과적일까? 정답은 감염된 사람이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것도 무려 네 배나. 감염 예방에의 관점에서 보자면,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나를 보호하는 효과보다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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