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슈트라우스의 새해 선물을 발견했어요”
매년 정초를 깨우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는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 ‘히트 상품’. 전 세계 92국의 120만명이 안방과 극장에서 이 음악회를 시청한다. 지난 1일 한국에서도 복합 상영관 메가박스에서 실시간 상영했고, 이달 음반과 영상물(DVD)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음악당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린 올해 신년 음악회에서는 ‘깜짝 이변’이 일어났다. 1939년 이 음악회가 시작한 이후 지금껏 연주한 적이 없었던 14곡을 무더기로 새롭게 선보인 것. 올해 신년 음악회 연주곡 18곡 가운데 무려 78%를 ‘기존 히트곡’이 아니라 ‘신곡’으로 채운 셈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의 친숙한 왈츠와 폴카 선율을 기대했던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놀랄 만한 ‘신선한 파격’이었다.
이 파격의 주인공이 오스트리아 출신 명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62)다. 2010~2014년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 극장)의 음악 감독을 지냈고, 미국 명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20여 년째 이끌고 있는 거장이다. 지난해 11월 빈 필 내한 공연 당시에도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지휘한 건 2011년과 2013년에 이어서 올해가 세 번째다.
벨저 뫼스트가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파격적인 선곡 이유를 말했다. 그는 “수년 전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이 남긴 악보 전집을 개인적 호기심 때문에 구입했는데,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공부할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공연장과 오케스트라들이 ‘올스톱’됐던 팬데믹 기간이 오히려 재충전과 공부 기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보물들(treasures)’을 발견했고 올해 지휘를 요청받았을 때 그 보물 가운데 일부를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슈트라우스 가족은 흔히 ‘왈츠의 왕’이라는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와 그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의 이름만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실은 슈트라우스 1세의 아들이자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들인 요제프 슈트라우스(1827~1870)와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1835~1916)도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올해 신년 음악회는 지금까지 덜 알려졌던 이 가족의 작품들을 ‘대방출’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벨저 뫼스트는 “개인적으로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사랑의 진주(Perlen der Liebe)’를 좋아한다. 작곡가가 아내에게 결혼 선물로 작곡한 곡으로 사랑과 깊이를 모두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휘의 꿈을 꾸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도 빈 필의 신년 음악회였다. 벨저 뫼스트는 “꼬마 아이였을 때 빈 필의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콥스키(1909~1991)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휘했던 신년 음악회를 온 가족이 함께 본 기억이 생생하다. 신년 음악회를 시청하는 건 오스트리아에서 즐겁고 희망차게 새해를 맞이하는 전통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년 음악회는 연주 곡목은 많은 반면 준비 기간은 짧기 때문에 지휘자들이 애를 먹는 연주회이기도 하다. 벨저 뫼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1년 신년 음악회를 처음 지휘할 당시 오랫동안 이 음악회를 담당했던 여성 방송 진행자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일화를 들려줬다. “그녀는 내 얼굴이 창백한 걸 보고서는 ‘신년 음악회 무대에 처음 오르는 지휘자들이 아픈 것처럼 창백해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위로했다”는 것이다. 선배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1943~2019) 역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 음악회가 얼마나 힘든지는 우리 지휘자들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신년 음악회는 지금도 세상의 모든 지휘자에게 꿈의 무대다. 왜 그럴까. 벨저 뫼스트는 “클래식 음악의 도시인 빈에서 전 세계에 전하는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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