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수타면과 PCR

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2023. 1.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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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탕” “탕” 어릴 때 중국요릿집을 지나다 유리창 너머로 주방장 아저씨가 밀가루 덩어리를 두꺼운 나무판에 내리치는 소리를 듣곤 했다. 아저씨는 내려친 밀가루 덩어리를 양팔로 쭉 벌려 늘이고 나무판 위의 밀가루에 쓱쓱 빨래하듯 문지른 후 한 번을 접고 이렇게 접힌 밀가루 가닥을 쭉 늘린 후 앞의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예닐곱 번을 하고 나면 마술과 같이 가느다란 면발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걸 보던 나는 저 면발을 열 번, 스무 번을 접었다 펴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늘 가지곤 했다.

그림= 서상균 기자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일반 국민은 그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던, 전문가들만 알던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 왔다. 과연 PCR 검사가 무언지 알아보자.

1984년에 캐리 멀리스는 두 가닥의 DNA 중 필요로 하는 부분을 복제 증폭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때 꼭 필요한 효소인 중합효소의 이름을 넣어 중합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이라 불렀다. PCR은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두 가닥의 DNA에 뜨거운 열을 가해 한 가닥의 DNA로 분리하는 과정(변성), 분리된 DNA에서 복제를 시작할 부위의 시작점과 끝점을 붙이는 과정(결합), 그리고 시작점이 붙어 있는 한 가닥의 DNA에 꼭 들어맞는 각각의 짝을 찾아 끝점까지 핵산을 붙여나가는 과정(신장)이다.

PCR 검사 과정을 지퍼에 비유해 다시 설명해 본다. 흰색 까만색 빨간색 파란색, 네 가지 색깔의 지퍼 이빨을 가진 5m 길이의 지퍼가 있다고 하자. 그 5m의 지퍼를 열어 복제하고자 하는 1m 부분의 지퍼에 시작점과 끝점을 붙이고 흰색은 까만색과, 빨간색은 파란색과 짝을 지워 지퍼 이빨을 하나하나씩 붙여서 1m의 지퍼를 완성한다. 새로 만들어진 1m의 지퍼를 다시 열고 위의 과정을 반복하면 지퍼를 열고 닫고 할 때마다 2배씩의 지퍼가 새로 만들어지며 스무 번을 여닫으면 백만 개의 지퍼가 새로 만들어지게 된다.

지퍼와 같이 서로 꽉 물려 있는 두 가닥의 DNA를 분리하려면 섭씨 94도 열로 가열해야 한다. 이러한 고열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중합효소가 PCR 검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1985년 당시에 사용한 중합효소는 열에 취약해 매 사이클 사이사이에 효소를 보충해줘야 했다. 1988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온천물에서 더무스 아쿠아티쿠스(Thermus aquaticus, Taq)라는 세균을 발견, 그 세균이 가진 중합효소를 추출해 PCR에 사용하게 되면서 PCR 검사는 쉽고 유용한 검사법으로 주목받게 된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조그마한 바늘이 떨어져 있을 때 바늘을 발견하거나 올림픽경기장 수영장 물에 두 숟가락의 설탕을 넣었을 때 설탕이 들어있는지 없는지 아는 방법은 100만 배 이상으로 증폭시켜보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알 수 있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극미량의 바이러스를 찾아내거나 범인이 남기고 간 물품에 남아 있는 DNA의 흔적을 찾을 때, 우리 몸 안의 암유전자를 발견해 암 진단을 하거나 치료를 할 때 PCR을 주로 이용한다.

1993년 필자는 B형 간염,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나의 과제는 이삼십 년간 보관된 간 조직의 조각을 녹여 당시에는 진단할 수 없었던 간염 바이러스를 PCR을 이용해 찾아내는 연구였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PCR은 바이러스의 연구에는 없으면 안 될 획기적 검사법으로 거의 모든 연구원이 PCR을 이용해 바이러스 연구를 했다. 그때 미국 국립보건원 과학자들 사이에서 PCR 검사법을 개발한 캐리 멀리스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필자도 흔쾌히 동의해 추천서에 사인했다.


개발자 멀리스는 PCR 법을 고안한 공로로 그해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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